- 강서구 의장단 최대 50% 깎고
- 부산진구는 총 1728만 원 줄여

부산 강서구의회와 부산진구의회가 내년도 업무추진비를 최대 50%나 삭감했다. 청탁금지법(이하 김영란법)에 부담을 느낀 지자체 의원들이 엄격한 자기 검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강서구의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의장과 부의장 업무추진비를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업무추진비로 연간 2880만 원과 1440만 원을 받던 의장과 부의장은 내년부터 각각 50%와 33.3%가 깎인 1440만 원과 1080만 원을 받게 된다. 기초의회에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이 업무추진비를 받는데, 강서구의회는 상임위가 없어 의장과 부의장 업무추진비만 삭감됐다.

강서구의회 예결위원장 전태섭 의원은 "공직선거법에 김영란법까지 겹치면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기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선도적으로 업무추진비를 대폭 깎아 타 기초단체에 모범을 보이자는 의원 간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기초의회에서 이 정도 폭으로 업무추진비를 많이 삭감한 곳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삭감된 업무추진비는 1920만 원이다. 이날 강서구의회는 의원 외국 연수비 1750만 원도 전액 삭감했다.

부산진구의회도 내년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삭감했다. 의장 10%,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이 각각 25% 줄여 총 1728만 원이 삭감됐다. 부산진구의회 강외희 의장은 "업무추진비를 지침에 맞게 공적 용도로 사용하려면 소극적으로 쓸 수밖에 없어서 어차피 다 쓰지 못할 것"이라며 "예산을 쓰지도 않고 묶어놓는 것도 낭비기 때문에 주민을 위해 쓰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초의회에서 업무추진비를 자진해서 줄이는 것은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공금으로 밥을 사고, 선물하던 관습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서구 박병금 기획감사실장은 "김영란법 시행 후에도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부조금 10만 원만 잘 지키면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도 "의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기초의회의 이 같은 행보에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상우(42·강서구 명지동) 씨는 "기초의원이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 같아 믿음이 간다"며 "삭감된 예산을 더 어려운 주민을 위한 곳에 사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