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가입, 갈등기폭제 예상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가시밭길을 걸었던 울산의 노사관계가 올해는 더욱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고용규모가 가장 큰 이들 두 사업장 노사의 핵심 쟁점들이 대부분 올해로 이월됐기 때문이다.

2일 울산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4만8000여 명으로 국내 최대 고용규모를 가진 현대차는 지난해 임금협상의 장기화로 역대 최대 규모인 24차례 파업과 12차례의 특근 거부로 3조1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파업 피해액을 기록했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 교섭이 더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올해는 임금 협상뿐 아니라 단체 협상까지 열린다. 게다가 지난해 교섭의 최대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와 정년 연장 문제가 결말을 보지 못한 채 올해로 이월된 상태다. 올해 교섭이 지난해보다 더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두 번째로 고용규모가 큰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 전망은 더 암울하다. 조선경기 불황으로 비롯된 구조조정이 노조의 격렬한 반발로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임단협마저 결렬을 거듭하다가 결국 해를 넘겼다. 노사는 그동안 70여 차례 가까이 교섭 테이블에 앉았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다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결정은 올 노사관계를 더욱 대립으로 몰고 가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노조는 지난해 말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20년 만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재가입을 결정했다.

이럴 경우 이월된 임단협과 구조조정 문제에 상급단체들이 나설 공산이 크다. 또 현대차와의 연대 파업도 예상되면서 분규는 한층 대형화될 전망이다.

반면 사측 입장에선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영상황 때문에 예전처럼 임금 부분에서 통 큰 양보를 하는 대신 명분을 얻는 협상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다는 점도 올해 노사 관계를 어둡게 볼 수밖에 없는 요소이다. 이에 대해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국내외 정치 경제 모두 위기 상황인데도 지역 핵심 사업장의 노사는 쟁점들을 대부분 올해로 이월시켰다"며 "특히 현대중공업의 경우 금속노조의 재가입 문제까지 맞물려 연초부터 노사 기상도에 암운이 드리워져 있는 상태로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