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개발하기 위해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750억 원을 투자하는 대형병원에게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운영권을 통째로 넘기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서울의 유명 병원이 뛰어들 경우 지역 의료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국제신문DB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설치할 중입자가속기 공동 사업자(대형 의료기관)를 재공모한다고 16일 밝혔다.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면 중입자가속기 개발분담금 750억 원을 내야 한다. 그 대신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운영권을 최소 10년간 독점(연구·방사선 비상진료 부문 제외)할 수 있다. 민간 사업자가 400억 원을 분담하면 중입자치료센터 공동 운영권을 주던 1차 공모 때보다 훨씬 매력적인 조건이다.

앞서 원자력의학원과 부산시는 지난달 중순까지 부산대·동아대를 비롯해 국내 종합병원 86곳을 상대로 1차 공모를 했으나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원자력의학원 이신재 기획행정팀장은 "18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설명회를 한다. 재공모가 나가자 많은 대형병원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과 현대아산병원이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자력의학원은 대형병원이 제출한 의향서를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상대로 3월까지 합의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또 2019년까지 중입자가속기 설치를 끝내고 시운전과 성능 검사를 해 2021년부터 환자 치료를 개시하는 게 목표다. 의향서를 내려면 ▷상급종합병원(20개 이상의 진료과목) ▷안정적인 사업비 분담 ▷해외기관과 연계 연구 수행 가능 ▷암 환자 치료 실적 우수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 의료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대병원이나 현대아산병원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위탁 운영할 경우 지역 의료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도 지난해 12월 14일 자로 임기가 끝난 양광모 원장의 후임을 뽑지 않고 있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정상세포는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 파괴하는 차세대 의료설비다. 정부와 부산시는 지난해 6월까지 1000억 원을 들여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면적 1만2879㎡)를 기장군 방사선 의과학산업단지에 건립했다. 그러나 원자력의학원이 개발분담금 75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아직 중입자가속기를 발주하지 못한 상태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