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가구 주민 합심으로 탄생
- 연간 4만 명 찾는 체험마을
- 참샘허브나라 추위에도 북적
- 비닐하우스로 싱그러움 유지
- 비누·양초 만들 수 있어 인기

한겨울에도 초록의 싱그러움 속에서 힐링을 즐기고 싶다면 경남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에 있는 '꽃새미마을'이 제격이다. 태백산맥 끝자락인 종남산을 배경으로 앞으로는 방동저수지를 품에 안은 꽃새미마을은 2003년 전통 체험마을로 지정된 이래 경남지역에서도 대표적인 사계절 힐링체험마을로 자리 잡은 곳이다.

	주말을 맞아 부모와 함께 꽃새미마을을 찾은 아이들이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참샘허브나라를 둘러보고 있다.

꽃새미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밀양시가지에서 무안면 방면으로 난 지방도 1080호선을 따라가면 된다.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무안면사무소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무안천 다리에서 좌회전해 5㎞쯤 더 가면 도로 왼쪽에 꽃새미마을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사계절 전천후 팜스테이

	꽃새미마을 입구에 설치된 장승과 솟대가 방문객을 반긴다. 뒤로 보이는 못이 방동저수지다.

꽃새미마을은 마을 입구부터 눈길을 끈다. 드넓은 방동저수지에는 겨울을 나는 한 무리의 철새가 한가로이 노닐고, 저수지 옆 마을 어귀에는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장승과 솟대가 방문객을 반긴다. 33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합심해 만든 이 체험마을은 13년의 전통이 말해주듯 연간 4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다른 지역과 달리 겨울에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은 '참샘허브나라'에 있다. 꽃새미마을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참샘허브나라'는 1만6000여 ㎡ 규모로, 이 마을에 사는 손정태(57) 씨가 20년 넘게 조성한 것이다. 참샘허브나라 조성 과정에서 나온 돌로 쌓은 탑이 마을 곳곳에 세워지면서 현재 108개에 이른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돌탑을 둘러보며 근심을 털어내고 소원 성취하라는 의미에서 정성스레 쌓은 것이다. 해마다 1월 초에 돌탑축제를 열지만 올해는 사정상 열지를 못했다.

꽃새미마을의 주인공격인 허브는 여름철이면 마을 전체에 널려 있지만 겨울에는 참샘허브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 한쪽에 마련된 허브 비닐하우스에는 '숍워트' '로즈마리' '티트리' '유칼립투스' '캐모마일' 등 각양각색의 허브가 녹색의 잎과 노랑, 분홍색의 꽃으로 자태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이곳의 허브는 관상용뿐 아니라 종류별로 직접 잎을 따서 다양한 종류의 허브차를 만들어 마시는 체험이 가능해 주말이면 찾는 이가 많다.

	참샘허브나라 허브 비닐하우스. 겨울에도 각양각색의 허브가 자라고 있다.

여름철 삼겹살 등 고기를 구워 먹을 때도 농장 주위에 널린 허브를 따 쌈으로 먹거나 쌈밥을 해 먹으면 독특하고 다양한 맛을 만끽할 수 있다. 마을을 안내하던 손정재 사무국장은 "이색적인 먹거리와 체험 등으로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며 "음식과 어울리는 허브를 찾기가 쉽지 않으나 삼겹살용 쌈으로는 쌉쌀한 맛을 내는 활련화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도시에서 허브를 이용한 오일, 향초, 바디워시 등 허브가게가 인기를 끄는 등 힐링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꽃새미마을 주민들은 이보다 한참 앞서 허브의 가치와 효능을 전파한 선구자인 셈이다.

■다채로운 체험의 즐거움

	아이들이 허브를 이용한 양초만들기 체험에 열중하고 있다.

꽃새미마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힐링 체험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세대별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체험과 고즈넉한 마을 산책로, 하룻밤 묵어갈 주막 같은 민박, 떠들썩한 단체모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또는 연인끼리라면 허브로 만드는 비누와 양초, 화장품 만들기 체험이 제격이다. '스트레스 먹는 장승(머리에 솥을 쓰고 있는 장승)'은 스트레스가 있는 직장인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장승 곁에 매달아 놓은 망치로 장승의 머리를 망치로 마구 때리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 마당에 설치된 널과 통나무 시소, 투호, 윷놀이 등으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고, 원두막과 오방정자에서는 마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밤하늘의 별도 헤아려 볼 수 있다.

겨울의 재미는 썰매 타기와 해마다 여는 얼음불빛축제가 책임진다.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마을 썰매장이 얼지 않는 데다 눈도 내리지 않아 얼음불빛축제 개최를 포기한 것이 아쉽다. 꽃새미마을은 겨울을 제외한 다른 계절에 가면 많은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마을 곳곳에 수백 종의 야생화가 피는 5월에는 야생화 축제가 열리고, 화분에 담긴 야생화도 구입할 수 있다. 가을에는 손두부 만들기와 찰떡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인근 단감밭에서 추억의 닭서리와 물레방아의 운치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단감밭 3300여 ㎡에 놓아 기른 닭을 잡아 끓여 먹는 닭백숙이 일품이다. 단감밭을 헤집고 다니며 곤충과 벌레를 잡아먹은 닭을 잡아서 끓이기 때문에 육질이 쫄깃하고 고기를 먹고 난 후 먹는 죽도 감칠맛이 그만이다. 이밖에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매실고추장과 된장을 만들어 볼 수 있고, 깻잎 무 단감 콩잎 산초 등 7가지의 장아찌를 만들어 보고 맛볼 수도 있다. 방문객이 원하는 양만큼 사갈 수도 있다.

손 사무국장은 "지금의 농촌전통 테마마을이 있기까지 주민 모두가 정성을 쏟아부었다"며 "발길이 뜸해지는 겨울철이지만 황토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햇살 속에서 물안개가 피어나는 방동저수지를 바라보면 더 이상의 힐링은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글·사진=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