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이 '확장 딜레마'에 빠졌다. 폭발적인 승객 증가와 함께 새 항공노선 개설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국제선 터미널에 대한 시설 투자는 정부가 '신공항'이라고 부르는 김해공항 확장이 끝나는 오는 2026년까지 중단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확장 김해공항의 새 터미널을 새 활주로보다 3~5년 빨리 짓는 '시간차 준공'을 통해 승객 불편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신문 DB

부산시는 31일 국토교통부와 부산항공청에 시간당 17편인 슬롯(SLOT·활주로 이착륙 횟수)을 20편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서편 활주로 재포장 공사가 끝나는 오는 10월을 슬롯 확대의 적기로 꼽았다. 현재 김해공항의 슬롯 점유율은 89%대로 사실상 포화 상태다. 슬롯 20편은 2013년 한국공항공사 용역에서 나온 김해공항 최대 슬롯이다.

문제는 현재도 피크타임(오전 6~9시와 오후 7~9시)에 김해공항이 과밀화되는 점이다. 오는 6월 김해공항 국제선 1단계 증축 공사가 끝나 연간 승객처리 능력이 464만 명에서 630만 명으로 늘어나도 과밀 현상은 해소되지 않는다.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이 770만9024명으로 증축 승객처리 능력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설 연휴 기간인 지난 26, 29일 김해공항 승객은 각각 4만9945명과 5만1558명을 기록해 하루 최다 이용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6월 김해공항 확장(신공항) 발표 직후 종전에 예정됐던 김해공항 시설 투자를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던 국제선 2단계 증축을 위한 용역도 흐지부지됐다. 국토부 측은 "김해공항에 확장과 국내·국제선 시설 투자가 겹치면 매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중 투자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슬롯만 늘리고 시설투자를 하지 않으면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국적항공사 측은 "김해공항의 입·출국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슬롯만 늘리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김해공항 이미지를 망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슬롯 확장보다 부산~일본 오사카 등 과당 경쟁으로 탑승률이 떨어진 노선을 줄이고 여기에 신규 노선을 투입하는 노선 재조정이다. 또 하나는 전체 김해공항 확장 준공 시기보다 국내·국제선 터미널 준공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박사는 "신공항의 핵심은 국제선 터미널과 활주로를 새로 만들고 현재의 국제·국내선 청사는 국내선 청사로 통합하는 것이다. 정부가 새 활주로보다 국제선 터미널 완공 시기를 3~5년 앞당기면 승객 불편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