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금융권 인사 로비 관련
- 정찬우 조만간 조사 예정

오는 8∼10일 중 현직 대통령의 첫 대면조사를 앞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수십 권을 새로 확보했다. 특검은 또 청와대의 금융권 인사 압력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하나금융지주 고위관계자와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조사할 계획이다.

	'청와대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최근 안 전 수석의 수첩 30여 권을 새로 확보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 수첩은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확보한 17권에 기재되지 않은 업무 내용이 빼곡하게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가 정부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려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포착하고 유재경 주미얀마 한국대사를 소환·조사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유 대사의 임명을 뜻하는 '아그레망'이라는 단어와 함께 유 대사를 최 씨에게 소개한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에 관한 메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수첩을 토대로 '박 대통령이 이 본부장을 승진시키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안 전 수석에게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2015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 근무 당시 대학생이던 최 씨의 딸 정유라(21) 씨에게 외국 거주자 자격을 부여해 38만 유로(약 4억8000만원)를 연 0.98%의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또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삼성 고위 인사들의 증인 출석을 막으라고 지시한 메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은 새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 아직 조사할 게 많다"고 말했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재시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청와대 압수수색은 수사상 필수 절차인 증거 수집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이미 대통령을 피의자로 표시해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로 관련자를) 기소했다. (현직 대통령의) 소추 금지는 수사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압수수색 영장에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게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특검의 압수수색에 관해 "아직 탄핵심판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으로 수사하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돼 심히 유감"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