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정국에서 김해공항 확장 건설 문제가 또다시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각하는 양상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28일 "24시간 운항 김해신공항 건설은 대통령 선거 공약 반영"을 들고나와 새로운 논란을 촉발했다. 또 부산의 여야 정치권은 김해공항 확장안 예비타당성 조사의 수요 축소 논란이 가덕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으로 확전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해공항 확장안의 스텝만 꼬이게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해국제공항. 국제신문DB

◆서병수 시장 '24시간·3.8㎞' 대선 쟁점화

- 뜬금없이 꺼내든 공약화 카드
- 전략 없이 정치판 끌어들이기

- 항공수요 3800만 vs 3200만
- 국토부·KDI 는 진실게임 양상

서병수 시장은 이날 열린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24시간 운항 김해신공항의 건설을 대통령 선거 공약에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개발원(KDI)이 김해공항 확장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면서 '3.8㎞ 활주로'와 '24시간 운항'을 반영하지 않아 민심이 악화되자 나온 카드다.

앞서 서 시장은 지난해 6월 가덕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용하면서 '24시간 운항하는 국제관문 공항' 건설을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24시간 운항'과 대형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 3.8㎞는 물건너 간 상태(본지 2월 23일 자 1면 등 보도)다.

서병수 시장

서 시장의 '대선 공약화' 카드는 김해공항 확장을 법이나 규정이 아닌 정치적으로 풀겠다는 의도가 실려 있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이 24시간 공항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제시한 김해공항 항공수요는 3800만 명이었다. 반면 KDI는 2800만~2900만 명을 기준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KDI에 공문을 보내 ADPi 자료를 써 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업계획서의 공항 규모는 3200만 명이라고 명시돼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KDI가 ADPi 대신 한국교통연구원 자료를 기준으로 삼은 부분과 사업계획서에 3200만 명이 잡힌 과정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부산시도 3200만 명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부분을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서 시장이 조기 대선 정국에서 '24시간 운항 공항 건설의 대선 공약화' 카드를 꺼내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덕신공항 재점화…부산 與도 野도 곤혹

- 범여, 김해 수용 책임론 부담
- 민주, 지역대결 땐 대선 악재

부산의 여야 정치권은 김해공항 확장 건설을 제대로 성사시키기 위해 그 나름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셈법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날 "예타에 반영된 수요가 축소됐다는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처음 발표대로 3800만 명의 수요를 반영해 김해공항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도 "정부 발표와 달리 축소된 것으로 파악되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헌승 부산시당위원장은 "예타가 나오는 대로 김해공항 확장 공사를 빨리 착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가덕신공항 재추진에 대해서는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 여야가 한결같이 '정부 발표대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신공항 이슈'의 정치적 파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탓이다. 특히 가덕신공항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 부산 여야 모두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부산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신공항 책임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양당 부산 의원들은 지난해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발표하자 큰 이의 없이 수용했다. 부산 민주당도 신공항 재추진 이슈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과거와 같이 영남권은 물론 지방과 수도권 대결 국면으로 전개되면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희국 박태우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