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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20> 창원 안민고갯길

시집살이 눈물방울 뿌리던 길…벚나무 꽃망울 터트릴 채비

  • 국제신문
  •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
  •  |  입력 : 2017-03-05 18:48:0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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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구~진해구 잇는 9㎞ 고갯길
- 전망대서면 탁 트인 바다 펼쳐져
- 3,4월땐 하얀 벚꽃터널이뤄 장관

- 과거 부녀자들 만남의 장 기려
- 매년 추석 후엔 '만날 행사' 개최

경남 창원의 안민고갯길은 장복산과 불모산 시루봉 사이에 난 길로 성산구 안민동과 진해구 태백동을 잇는 길이다. 임진왜란 때는 수많은 사람이 일본으로 끌려가며 눈물을 뿌렸던 길이자, 고갯길을 넘어 진해나 창원으로 시집갔던 아녀자들이 부모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던 길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국도 2호선이 개설되면서 양 지역을 통행하는 등 소통의 길로 바뀌었다. 인근에 안민터널이 뚫린 후에는 차량 통행이 현저하게 줄었고 이제는 자전거 하이킹 코스나 가족, 친구와 한담을 나누며 걷는 힐링·여가의 길이자 휴식처로 변모했다.
   
창원시 성산구 안민동과 진해구 태백동을 잇는 안민고개길에서 내려다본 진해구와 진해만 전경.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탁 트인다. 노수윤 기자
창원시 성산구에서는 안민초등학교 맞은편 산으로 구불구불 난 길을 따라가면 되고 진해구 쪽에서는 경화역 인근 태백동 삼거리에서 산 쪽으로 난 길로 가면 굵은 벚나무가 길게 늘어선 안민고갯길을 만날 수 있다. 전체 길이는 9㎞ 정도로, 3시간가량 걸린다.

■전국 최고 벚꽃 터널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3월이다. 계단 없이 산의 경사를 따라 비스듬히 길게 이어진 덱 로드라 구두를 신고 올라도 힘이 들지 않는다. 성산구 안민동에서 안민고갯길 초입부를 300여 m 올라가자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졌다.

이제 막 길가의 벚나무 가지에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꽃이 만개하려면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성산구와 진해구 경계에 다다르면 나무로된 전망대가 있다. 창원국가산업단지와 시원하게 쭉 뻗은 창원대로, 성산구와 의창구 등 시가지가 손에 잡힐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안민 고갯마루의 안민생태교(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지나면 진해구 쪽의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진해의 집들과 진해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은 한 폭의 그림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탁 트인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중간중간에 전망대와 의자,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다.

진해구 쪽 안민고갯길은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꽃이 피지 않아 가지가 서로 엉켜 있으나 벚꽃이 만개하면 길 전체가 하얀 벚꽃으로 뒤덮인다. 길 아래에서 벚꽃을 올려다보면 하늘도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진해구 경화역, 여좌천, 도심 도로변 등이 벚꽃으로 뒤덮이지만 안민고갯길의 벚꽃이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여서 방문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벚꽂으로 물든 진해 도심과 바다를 만끽할 수 있어 벚꽃이 만개하는 3월 말부터 4월 초가 되면 덱 로드는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린다.

야간에는 불빛에 물든 벚꽃이 장관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창원시 성산구와 진해구 야경도 볼거리다. 덱 로드를 따라 조명과 음향시설이 설치돼 있어 걷는 내내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다.

안민 고개마루에 닿기 전 오른편으로 장복산 산자락을 길게 타고 가는 진해드림로드 천자봉해오름길을 만난다. 아래쪽으로 100m 쯤 내려가면 기슭쪽으로 진해드림로드 장복산하늘마루길이다. 안민고갯길이 아스팔트와 덱 로드로 잘 단장된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길이라면 진해드림로드는 자연을 만끽하게 하는 숲길이다. 잠시 동안 안민고갯길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다.

■만남과 추억의 길

   
길을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안민고개길 모습. 매년 3월 말부터 4월 초가 되면 상춘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안민 고갯마루 인근에는 헬기장이 있다. 안민고갯길에서 30∼40m 벗어난 곳이다. 매년 추석이 지난 후 이곳에서는 '만날 행사'라는 것이 펼쳐진다. '회치(會峙)'라고 불리는 곳인 이곳이 바로 만남의 장이다.

그 옛날 어려운 살림살이에 시달리던 마을의 부녀자들이 1년에 한두 번 산마루에서 만나고 놀며 시집과 살림살이에서 해방됐던 곳이다. 창원과 진해는 산 하나를 사이에 둔 가까운 거리라 창원에서 진해로, 진해에서 창원으로 시집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양쪽에서 올라올 수 있는 산마루에 자리를 정하고 서로 만나자고 약속을 해 만났다. 주로 추석이 지난 음력 8월 17일에 양쪽으로 출가한 딸들이 이곳에 올라 만남의 기쁨을 누렸다.

안민고갯길은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 40∼50년 전에는 창원에서 진해 경화장으로 가던 길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수대에 걸쳐 살아온 주민이라면 대부분 어린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이 길을 넘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추수가 끝난 후 쌀 포대를 머리에 인 어머니를 따라 진해 경화장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는 고무신이나 생필품을 손에 들고 흥겹게 고개를 넘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민고갯길 옆으로 안민제2터널 개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터널이 개설되면 안민고개는 차량보다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벚꽃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벚꽃이 모두 지고 녹음이 우거진 계절,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자연에 취하고 진해만과 창원시가지를 내려다보며 걷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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