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형편 악화에도 지원 몰라
- 상당수 주민센터 찾지 않아
- 市, 다복동 사업 복지인력 강화
- 내년까지 모든 동으로 확대

부산 사상구와 동래구가 올해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복지 사각지대 전수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 빈곤층이 정부나 부산시의 복지 정책을 모르고 있었다. 기초생활수급 탈락자 가운데 일부는 과거보다 생활형편이 더 악화됐어도 다시 주민센터를 찾지 않고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부산형 복지정책인 다복동 사업을 통해 빈곤 경계선에 놓인 저소득층을 추적 관리해 복지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곤층이면서도 복지혜택을 받지 못했던 박모(62) 씨가 13일 부산 사상구의 한 여관방에서 TV를 보고 있다. 김봉기 기자

■복지정책 사각지대 여전

13일 부산 사상구의 한 여관. 한 평(3.3㎡) 남짓한 쪽방이 함모(60) 씨의 거처이다. 가구라고는 낡은 침대 하나뿐이었다. 소형 냉장고 안에는 오래돼 말라버린 김치만 있었다. 함 씨는 한때 건설현장에서 유능한 미장공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15년 전 부인이 다단계에 빠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집을 비롯해 수억 원의 재산을 날렸다. 부인과 헤어지고 혼자 아들을 키우던 그는 4년 전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더 일하는 것은 무리였다. 수입이 끊기자 그는 여관방에서 하루 한 끼만 겨우 먹으며 버텼다. 이미 친척들에게 많은 빚을 진 터라 더 손 벌릴 곳도 없었다. 아들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월세 30만 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좁은 방에서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사상구청 복지담당 공무원과 통장이 그의 여관방을 찾았다. 함 씨의 소득내역을 조사한 사상구는 기초수급자 신청을 안내했다. 함 씨는 취재진에게 "기초수급은 홀몸 노인이나 장애인만 받는 줄 알았다. 주민센터에 도움을 청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관에 사는 박모(62) 씨는 택시기사로 일하다가 2년 전 일을 그만뒀다. 공황장애가 의심되면서부터다. 소득이 끊긴 그는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으나 탈락했다. 따로 사는 아들·딸이 경제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인과도 8년 전 이혼한 터여서 혼자 산다. 통풍에 우울증까지 겹친 그는 지난해 6월 한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복지 전수조사를 통해 박 씨의 사연을 접한 사상구는 '부산형 기초보장제'를 통한 지원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0월 도입된 부산형 기초보장제란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차상위계층을 돕는 제도다. 최저생계비와 함께 1인 가구는 월 최대 4만9000원(4인 가구는 월 최대 13만4000원)까지 부가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복동+부산형보장제 성과 낼까

다복동 사업의 핵심은 제도권 밖에 놓인 빈곤층을 발굴해 기초수급 또는 '부산형 기초보장제도'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민간과의 1 대 1 후원도 지원한다. 김은희 부산시 희망복지팀장은 "기초생활수급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복동사업은 직접 주민을 찾는다. 부산시는 다복동 사업 시행에 따라 주민센터 복지 인력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 1명이던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3~5배로 늘렸다. 주민센터에 '맞춤형 복지팀'을 신설하고 복지사무장 1명(6급)에 공무원 2명을 기본적으로 배치했다. 방문간호사와 민간사례관리사도 빈곤층 발굴을 돕는다.

현재 부산의 205개 읍·면·동 가운데 52개 읍·면·동에 다복동 사업이 도입됐다. 부산시는 내년까지 모든 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대 류기형(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만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행정과 지역 주민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다복동 사업은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김봉기 김진룡 기자 superche@kookje.co.kr

◇ 사상구 복지사각지대 발굴 기간 복지사각지대 발굴 지원 2014년 12월~2015년 1월 587세대 61세대 기초 수급 신청 2015년 12월~2016년 2월 518세대 183세대 기초수급 신청 2017년 1월 ~2월 1212세대 232세대 기초수급 신청 ※자료 : 올해 9만6519세대 전수조사

◇ 동래구 복지사각지대 발굴 기간 복지사각지대 발굴 지원 2017년  1~2월 1317세대 460세대 기초수급 신청 긴급구호 ※자료 : 올해 10만2964세대 중 10만1801세대 전수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