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 노선의 타슈켄트 지하철은
- 문화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 역과 역 사이의 걷기좋은 길은
- 박물관·시장·먹거리 골목에
- 궁전·극장까지 없는 게 없다

남매 듀오 악동 뮤지션의 '지하철에서'를 꼭 듣지 않아도 전동차의 풍경은 벽에 걸린 한 장의 붙박이 사진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 승차장에는 아름다운 시와 삶에 관한 명언 등이 벽면을 장식하고 화장실에는 도시 풍경과 지역 명소의 사진이 걸려 있는지 모른다. 도시철도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전동차가 잘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지하 시멘트 동굴에서 문화예술의 향취를 느낄 수 있을까?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지하철은 도시 문화예술의 향기를 품고 있다. 소련 통치 아래 1977년 지어진 지하철은 크렘린 궁전의 내부와 같은 모스크바 지하철의 화려함에 결코 미치지 못한다.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가장 많이 전시한 스톡홀름 지하철만큼 자본주의적 풍요로움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타슈켄트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 초르슈 바자르. 초르슈 지하철역 근처에 있다.

■초르수역에서 타슈켄트역까지

그러나 그 지하철 승차장으로 가는 길은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아도, 소음과 진동을 견디면서 혼탁한 공기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 바깥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멘트 빌딩, 날아갈 듯 재빠르게 달려가는 자동차, 소음과 매연으로 가득 덮인 잿빛 거리가 기다리고 있지도 않다.

그 지하철은 칠란자르 노선(1977년 개통), 우즈베키스탄 노선(1981년 개통), 유노사바드 노선(현재 공사 중)으로 되어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노선 가운데 초르수 역과 타슈켄트 역 사이 약 9㎞ 거리에는 궁전, 극장, 모스크(사원), 박물관, 시장, 연주홀과 전시관이 밀집되어 있다.

초르수 역과 초르수 바자르는 바로 연결돼 있다. 네 개의 물길이 만나는 교차로(초르수)와 지붕이 있는 시장(바자르)이 결합된 초르수 바자르는 1570년 무렵 형성된 구시가지의 중심지이다. 푸른 색 돔형으로 된 거대한 바자르는 특정 물품만 사고파는 작은 시장들로 되어 있다.

그 가운데 '식당 시장'은 현지 음식, 쁠릅과 오쉬(볶음밥), 슈르파(고기 채소 국)와 라그만(짬뽕), 쌈사(고기빵)와 만띄(만두) 그리고 샤실릭(꼬치구이) 등으로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도록 놓아주질 않는다. 더구나 불과 3, 4분 거리에 있는 국가 서커스단은 갖가지 묘기와 곡예를 보여주면서 식당가에서 부풀어 오른 포만감을 식혀준다.

■예술가를 기리는 역 이름

	알리세르 나보이 극장 근처 풍경.

그다음 알리쉐르 나보이 역으로 가는 길의 벽면과 나뭇가지 사이에 걸린 현수막에는 문학 발표와 영화 안내, 연극과 춤 공연, 음악 연주회 등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바람결에 나부끼고 있다. 그 뒤편에는 차가타이어(터키 동부지방의 방언)로 작품을 쓴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문필가 알리쉐르 나보이(1441년 2월 9일~1501년 1월 3일)의 동상을 중심으로 그의 이름을 딴 문학박물관, 오페라 발레 극장, 청소년 극장이 한 건물로 연결되어 있다. 그 건물은 레닌의 묘를 디자인한 알렉세이 시추세프가 1942년부터 1947년까지 일본군 포로를 동원하여 지은 것이다.

문학, 연극, 오페라와 발레 등 문화예술의 향연은 대도로 이어진 다음 우즈베키스탄 역으로 가는 길에서는 사라질 것이다. 그 향연은 공원과 광장을 거쳐서 가는 다다음 코스모나브트라르 역에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알리세르 나보이 문학박물관 앞 나보이 동상.

공원 숲길을 걸어가면서 1991년 소련의 해체와 우즈베키스탄의 독립을 기념하는 조각상들을 만나고 역사와 마주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국립역사박물관(1876년 개관)과 아미르 티무르 박물관(1996년 개관)에서는 건국의 역사와 영웅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아미르 티무르 광장 뒤편 할리우드 거리에서 인기 스타들의 초상화로, 옛 인물들의 초상화로 전시될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1991년 독립을 전후로 일어났던 문화의 역사도 볼쇼이 나보이 극장(1947년 개관)과 예술아카데미 중앙 전시관(1974년 개관), 청년창의성의 궁전(2008년 개관)에서 공연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 오이벡 역에서는 예술작품을 계속 보여준다. 응용예술 박물관(1927년 개관)은19세기와 20세기 응용 예술품보다는 그 건물 자체의 매력을, 국립예술박물관(1935년 개관- 1924년 개관한 타슈켄트 예술박물관의 후신)은 19세기 이전과 20세기 이후의 예술품을 감상하게 한다.

■삶과 예술을 이어주기를

	알리쉐르 나보이역 모습. 카밀 예니케예바 사진.

문학과 예술, 문화와 역사를 만나 다음 타슈켄트 역으로 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역에서 내려 건강박물관과 철도박물관을 마저 둘러보고는 여행자는 고려인 시장 까스삐딸리 바자르로 가서 크브라이, 유누소보드 같은 현지 맥주를 즐기면서 여정을 뒤돌아보거나 석양을 바라보면서 고향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우리 부산에도 도시철도가 4호선까지 있는데 그 전동차를 타고서 악동 뮤지션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연간 지하철 시 선집'이나 '모음집'에서 시를 읽고 있을까? '지하철로 즐기는 세계 여행' 시리즈를 들고서 부산 문화예술의 거리로 갈까? 그런 시선집이나 모음집, 여행 시리즈가 아직은 드문 부산에서 여행자들은 무엇을 할까?

지하철이 4호선이나 있는 부산에 '도시철도 문화지도'가 더욱 다양해지고 도시철도역은 문화의 플랫폼에 더욱 가까워지기 바란다.

민병욱·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