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부터 1073일 전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이 울었다.

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수백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탑승객 476명 중 172명이 생존했고, 300여 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이날 세월호에 타고 있던 승객 476명 중 324명이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2학년 학생들이었다.

인천항을 출발한 지 11시간 49분이 지난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세월호는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파일 해상 맹골수에서 측면으로 쓰러지며 잠기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승객과 승무원들을 뒤로 하고, 세월호의 스피커에서는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말라. 움직이지 말라"라는 방송만이 반복됐다.

그렇게 단원고 학생 254명과 교사 10명, 일반 승객 30명, 승무원 6명, 아르바이트생 4명 등 304명의 생명이 물에 잠겼다.

해경은 사고 익일인 4월 17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세월호 선장 이준석(69) 등 선박직 승무원들을 조사한 결과, 침몰 원인을 무리한 변침으로 잠정 내렸다고 알렸다. 이후 4월 19일, 검경합동수사본부에서도 무리한 변침을 침몰 원인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5월 13일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침몰 원인은 보다 복합적이었다. 선박 증축에 따른 복원성 부족, 최대 적재량의 2~3배에 해당하는 화물 과적, 선박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 평형수 대신 화물 적재, 물살이 빠른 맹골수에서의 무리한 변침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됐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기억하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책임의 부재'였다.

한 언론사의 기자는 "침몰하는 세월호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월호의 핵심승무원들이 승객을 남겨두고 탈출하는 모습이 마치 위기에 처하면 몰래 빠져나가는 재벌 회장, 국회의원과 같은 한국 사회지도층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073일이 흐른 오늘, 2017년 3월 23일 세월호의 인양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73일 만에 물 밖으로 드러난 세월호는 더이상 우리가 기억하는 흰 선체의 모습이 아니었다. 선체에 적혀있던 세월(SEWOL)이라는 글씨 역시 보이지 않았다.

길었던 봄 소풍이 이젠 그만 끝나길, 국민들은 염원하고 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