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보와 댐 수문을 여는 것에 이어 이 하천 시설물을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는 '제2의 4대강 사업 추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 하천운동단체가 연대한 '한국 강 살리기 네트워크'(강 네트워크)는 26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내놓은 '4대강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방안'은 대형 토목사업으로 한 번 더 4대강을 죽이려는 정부와 토건업자들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은 지난 20일 댐·보 등 4대강에 건립된 하천 시설물의 수문을 일정 수준 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해당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보를 일부 개방해 통상 10m 높이(관리수위)까지 유지됐던 보 수위를 지하수 제약수위 4.2m까지 낮추면, 하천 유속이 빨라져 녹조 감소 효과를 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를 통해 정부는 그동안 주장한 '보에 물을 가둬 수량을 늘리면 오염원이 줄어 수질이 개선된다'는 4대강 사업의 논리를 스스로 뒤엎은 꼴이 됐다.

문제는 정부가 이 용역을 통해 또 다른 사업 추진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이다. '물 활용의 공간적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인데, ▷물 공급 시설 확충으로 본류에서 30㎞ 떨어진 곳까지 보의 물 공급 ▷본류의 물을 지류로 공급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물 공급망을 전역으로 확충해 가뭄 때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네트워크는 "정부가 애물단지인 4대강 보를 그대로 두고 다시 수조 원의 공사비와 수천억 원의 유지관리비를 쏟아붓는 공사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강 네트워크는 4대강의 776개 1차 본류 중 절반인 400개 수준의 하천에 인공 물 공급시설을 추가 설치할 경우, 순수 공사비만 2조 원이 들며, 유지 관리비용도 매년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강 네트워크 이준경 공동운영위원장은 "보 해체 비용은 현재 1년 유지비용인 5000억 원보다도 더 적은 3700억 원 수준이라고 국회예산처가 밝힌 적이 있다"며 "진정한 낙동강 수질개선과 수 생태 건강성 회복을 위해 대형 보 개방과 철거에 대한 로드맵을 정하고 선진국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