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몰 15일째 22명 생사 미확인
- 수색 선박 갈수록 줄어들어
- 브라질·미국 초계기 이미 철수

- 침몰 원인은 선체 균열 추정
- 전형적 안전불감증 인한 인재
- "사전점검만 제대로 했더라면…"

"스텔라 데이지호의 침몰은 '세월호'처럼 전형적인 인재입니다."

지난달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 데이지호의 선원 가족들이 최근 외교부를 방문해 안총기 2차관(오른쪽)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초대형 화물선인 스텔라 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지 15일로 보름째다. 필리핀 선원 2명은 구조됐으나 한국인 8명을 비롯해 22명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정부와 선사의 소극적인 태도와 싸우며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원인은 선체 균열입니다. 사전점검만 했다면 막을 수 있었습니다." 선원 가족 대표 허모(38) 씨의 주장이다. 스텔라 데이지호는 비교적 양호한 기상에서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침몰해 그 원인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노후화에 따른 선체 결함이나 유조선을 철광석 운반선으로 바꾼 과정에서 선체 강도가 약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원 가족들은 부산 중구 폴라리스 쉬핑 부산본부에 있다가 지난 7일 선사의 본사가 있는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부산에 있으면 정부와의 소통이 어렵고 정보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 측이 저희가 서울에 오니 매일 수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어요. 그 전까지는 가족들이 수소문해서 정부와 선사에 연락해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지금도 정부와 선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여 화가 납니다."

시간이 갈수록 수색 선박도 줄어들고 있다. 현재 사고 해역에는 상선 2척과 구난 예인선 1척에 군함 1척이 투입된 상태다. 브라질과 미군 초계기는 각각 지난 12일과 13일 철수했다. 수색 활동을 이끌었던 폴라리스 쉬핑 소속 스텔라 코스모호도 선박 수리 관계로 현장을 떠났다.

특히 선사 가족들은 시간이 갈수록 책임을 회피하려는 선사의 태도에 크게 분노했다. 허 씨는 "선사 회장은 연락이 두절됐고 다른 경영진도 서로 자기는 모른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제는 가족들이 요구하는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수색에 추가 투입 가능한 선박이 있는지 물어도 '무슨 요구를 할지 몰라 알려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오히려 독일 민간 선박이 수색을 계속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9일 미군 초계기가 구명벌(무동력 보트)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선원 가족들은 큰 기대를 가졌으나 확인 결과 기름띠로 밝혀지면서 가족들은 또다시 절망했다. 허 씨는 "수색에 참여 중이던 스텔라 코스모호 선장이 우리들에게 '당시 미군이 우루과이해난구조센터에 보고할 때 분명 오렌지색 물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오렌지색 물체가 기름띠일 수 없으니 다시 수색을 요청했지만 이미 초계기는 철수한 상황이었다"고 아쉬워했다.

허 씨는 "사고 현장에 비가 자주 내리고 있어 실종 선원들이 식수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선원들 모두 구난훈련을 받은 프로여서 구명벌만 찾는다면 분명히 살아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먼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라 가족들은 더욱 애가 탑니다. 정부와 선사가 끝까지 수색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국민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