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촌 시누이와 무속신앙 의식
- 생후 6개월 아들 숨져 야산 유기
- 제부·사촌시누이 모녀 범행 공모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상대로 액운을 쫓는 의식을 하다가 숨지자 시신을 무참하게 훼손한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친모를 사이비 무속신앙에 빠지게 하고 아기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은 친모의 사촌 시누이였다.

경찰이 생후 6개월 된 아이의 시신이 유기된 경북 경산의 한 야산을 조사하는 모습. 금정경찰서 제공

부산 금정경찰서는 상해치사와 시신손괴·유기 혐의로 원모(여·38) 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사이비 무속신앙에 빠져 5촌 조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촌 시누이 김모(여·사망 당시 51세) 씨의 딸 이모(30) 씨와 원 씨의 제부 김모(35) 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원 씨는 김 씨 모녀와 함께 2010년 8월 2일 부산 금정구에 있는 김 씨의 오피스텔에서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상대로 향불을 이용해 '액운 쫓는 의식'을 하다가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식이 진행되는 20여 분 동안 김 씨는 향불에 불을 붙이고 수십 차례 5촌 조카의 몸에 가져다 대는 가혹행위를 했다.

다음 날 새벽 아이가 죽자 원 씨는 제부의 도움을 받아 김 씨 모녀와 함께 경북 경산의 한 야산에서 아기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했다. 김 씨의 딸 이 씨는 액운을 쫓는 의식을 하다가 아기가 숨질 때 함께 있었고 시신을 야산으로 옮긴 것도 도와 상해치사방조와 시신유기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 제부 김 씨는 시신유기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원 씨는 2009년 6월부터 2개월여 동안 김 씨의 사촌 동생과 동거하다가 2010년 2월 아기를 낳았다. 또 김 씨로부터 아기의 액운을 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 씨는 20여 년 전 친언니의 중학교 은사였던 김 씨를 알게 됐는데 2003년 아버지의 교통사고 이후 정신적으로 의존해 왔다. 원 씨는 김 씨에게 기도비 명목으로 1억 원가량을 주기도 했다.

7년 동안 묻혔던 사건은 올해 1월 원 씨의 아들이 초등학교 취학 예비소집일에 불참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북 경산의 A 초등학교가 경산경찰서에 신고(본지 지난달 9일 자 8면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건을 넘겨받은 금정경찰서는 원 씨가 '2010년 8월 병을 치료하려고 절에 들어가면서 부산에 사는 지인 김 씨에게 아기를 맡겼는데 김 씨가 숨지며 아기의 소재를 알 수 없다'고 거짓말을 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아기가 실종됐는데도 7년간 신고를 하지 않은 점과 원 씨가 미혼모 보호시설에 들어가며 쓴 입소 사유가 경찰 진술과 다른 점을 수상하게 여겨 원 씨 주변 인물을 수사하다가 사건 전모를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원 씨는 "아기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