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부산의 308개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평가가 전면 폐지된다. 사지 또는 오지선다형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 대신 서술·논술형 시험이 도입된다. 객관식 평가 폐지는 우리나라 초·중·고를 통틀어 처음이다. 평가 방식이 바뀌면 교수법과 학습법까지 변화가 불가피해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27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문항 출제를 금지하고 서술·논술형 문항만 출제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입·암기식 정답 고르기 교육으로는 변화무쌍한 복합융합사회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생각하는 힘과 문제 해결 능력의 힘을 키우기 위해 객관식 문제를 추방한다"고 말했다. 독서·토론교육에 중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객관식 시험 폐지로 일어날 수 있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15년부터 다양한 평가방법을 발굴했다. 올해는 초등학교의 서술·논술형 평가 확대를 위해 수행평가 비중이 전체 평가점수의 50% 이상 되도록 규정했다. 1학기 과목별 평가 총점 100점 가운데 서술형 평가와 과제제출 수행평가 비중을 50점 이상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중고교는 각각 지필평가 70%와 수행평가 30%로 구성돼 있다.

또 시교육청은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기초학력 지원시스템 문제은행을 통해 서술·논술형의 우수 평가 문항 자료를 해마다 두 차례 제공하고 기초·심화·전문과정 연수를 통해 초등평가 전문가 150명 이상을 양성했다.

시교육청은 서술·논술 중심 평가방법이 현장에 빨리 뿌리 내리도록 매뉴얼을 마련하고 교사 연수에 나선다. 오는 6월부터 '초등학교 객관식 평가 전면 폐지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 학부모와 교사 의견도 수렴한다. 7~8월에는 평가 전문가 연수를 하고 2학기 교과별 성취 기준 중심의 다양한 서술·논술형 문항을 제공한다. 9월부터는 시범학교 10곳을 운영하고 내년 2월엔 객관식 평가를 아예 없앤다.

서술·논술 중심 평가 확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학부모는 논술과 토론 사교육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술형 평가의 객관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이는 초등학교 교육이 객관식 평가를 하는 중학교로 진학했을 때도 이어질 수 있느냐는 의문도 풀어야 할 큰 과제다. 서술형 평가 도입으로 특목중 입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은 "창의성을 갖춘 미래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작은 반발이 있다고 해서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