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잘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정성으로 모신 며느리가 국민훈장을 받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부산진구 초읍동에 사는 최명주(여·65·사진) 씨다. 최 씨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어버이날 효 사랑 큰잔치'에서 효행자로 선정돼 동백장을 받았다. 이날 훈포장을 받은 29명 중 가장 큰 상이다.

1976년 결혼한 최 씨는 41년 동안 시어머니(96)를 모시고 있다. 결혼 초기 여느 고부지간처럼 최 씨도 시어머니를 어려워했다. 집안의 물건이 조금 흐트러져도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집밖에서는 절대 며느리 험담을 하는 법이 없었다.

최 씨는 "시누들에게도 늘 '내 며느리 같은 사람 없다'고 칭찬했다. 자연스럽게 시어머니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시어머니가 먼저 나서서 최 씨의 남편 명의로 된 집을 공동명의로 바꾸라고 할 정도로 며느리에 대한 믿음이 두터웠다.

5년 전 시어머니가 치매(장기요양 3급)에 걸리면서 가정에 위기가 찾아왔다. 최 씨는 "진단 받을 때부터 의사는 중증이라면서 2년 안에 요양병원에 보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족을 병원에 보낸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말했다.

1층에서 옷 수선가게를 하는 최 씨는 2층 살림집을 수시로 오르내리며 시어머니를 보살폈지만 증상은 악화돼 가족 얼굴도 못 알아보는 상황이 됐다. 남편에게는 "우리 아들하고 많이 닮았네"라는 말을 자주 했고, 며느리는 어느새 '일하는 아줌마'가 돼 있었다. 최 씨는 "시어머니가 돈을 숨기고는 내가 훔쳤다고 말할 땐 정말로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최 씨는 시어머니를 더 잘 모시려고 요양보호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주말마다 평소 좋아했던 사찰이나 공원에 모시고 다녀 치매증세가 많이 호전됐다. 주변에서도 "치매환자 같지 않다"고 할 만큼 많이 나아져 요양 등급 4급으로 낮아졌다.

최 씨는 "요즘은 '가족'의 의미가 많이 약해졌는데, 젊은이들이 한 번 더 부모님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