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만 시행됐던 '대기오염 총량 관리제'(본지 지난 5일 자 9면 보도)가 부산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미세먼지 30% 감축' 실현을 위해서다.

12일 환경부와 더불어민주당 미세먼지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시행됐던 총량 관리제를 산업단지가 밀집한 부산·울산과 전남 여수·광양·순천권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기오염 총량규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총량 관리제는 사업장이 1년에 배출할 수 있는 대기오염 물질의 양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초과 배출할 때는 부담금을 부과하고 차기 연도 배출 허용 총량을 감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산·울산과 여수·순천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장이 밀집해 있다. 석유화학 공장이나 산업체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같은 대기오염 물질은 공기와 섞여 미세먼지가 된다.

현재 부산은 지역 내 2400개 사업체가 아무런 제약 없이 굴뚝으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부산의 대기오염이 전국 최악 수준인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부산의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는 27㎍/㎥로, 중국과 가까운 서울이나 인천(26㎍/㎥)보다 높았다. 국내 기준인 25㎍/㎥를 초과했을 뿐 아니라 WHO(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인 10㎍/㎥의 3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배출 허용치를 넘어서는 사업체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수도권의 기준을 적용하면 NOx는 ㎏당 2900원, SOx는 ㎏당 4200원을 내야 한다.

손병철 부산시 기후대기과장은 "부산과 울산은 수도권보다 공장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총량제가 도입되면 큰 효과를 볼 것"이라며 "환경부와 구체적인 실무 협상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인 부산생명마당 민은주 기획실장은 "부산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업체뿐 아니라 항만과 선박의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는 조항도 특별법 안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