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가구 사는 4개의 자연마을
- 입구 다락논에 꽃씨 뿌려 변신
- 봄 유채꽃·가을 메밀꽃 활짝
- 노도·앵강만 그림같은 풍경
- 카약·스노쿨링 즐길 수 있어
- 전국서 오는 체험객들 북적

경남 남해군 남해읍에서 이동면을 지나 오른쪽의 상주해수욕장 방향으로 10여 분을 달리면 앵강고개가 나오고 여기를 넘어가면 호수 같은 앵강만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 외길을 따라 곧장 가면 오른쪽으로 구운몽의 작가 서포 김만중이 위리안치(圍籬安置·귀양 간 중죄인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어 가둠)를 당한 노도를 만난다. 노도를 마주보고 있는 언덕길을 넘어서면 69가구, 128명이 모여사는 두모마을이다. 언덕길을 오르는 길목의 벽련마을을 지나쳐야 하는데 마을을 알리는 표지석과 진입로만 서 있고 마을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잘 찾아야 한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 두모마을 앞바다에서 방문객들이 카약 체험을 하고 있다. 남해 두모마을 제공

■자원도 없는 빈촌에서

마을 이름은 옛날에 길을 지나가던 도사가 마을을 '두모(豆毛)'라고 부르면 부귀할 것이라고 해 붙였다는 전설과 마을이 콩의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불려졌다고 한다. 또 마을이 큰 항아리처럼 생겨 '드므개'라 불려지다가 '두모'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마을은 4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는데 박 씨와 손 씨, 김 씨, 정 씨가 반농반어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에서 금산을 바라보면 상사바위와 부소대가 우뚝 솟아있고 중국 진나라의 서불이 지나간 흔적과 선녀골, 용굴바위, 절토골 등의 전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두모마을도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남해군 내에서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었다. 지리적으로는 마을이 도로에서 보이지 않아 외부인의 방문이 거의 없는 데다 특별한 소득원이 없어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못했다. 마을 앞 갯벌에서 조개를 캐거나 통발어업이 고작이었고 얼마되지 않은 논에서는 주민들의 양식으로도 모자랄 정도의 쌀을 생산하는 정도였다.

■농촌체험마을로 일어서다

이처럼 가난하던 두모마을이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움직임으로 변화를 꾀한 것은 2005년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주민들은 노령화로 인해 휴경농지로 변해버린 마을 입구의 다락논에 꽃씨를 뿌리면서 탈바꿈을 시도했다. 마을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운기와 농기계를 동원해 묵어 있는 논을 개간해 봄에는 노란 유채꽃을 심고 가을에는 하얀 메밀꽃을 키웠다. 그러자 꽃이 피는 만큼 동네가 달라졌다.

노도와 앵강만이 그림처럼 펼쳐진 앞바다와 어우러진 꽃밭은 날이 갈수록 방문객을 모았다. 해산물이 팔리고 시금치와 마늘도 매출이 늘어나자 주민들은 신이 났다. 올해 7회를 맞는 유채꽃축제도 이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2박3일의 축제기간에 5000여 명이 몰리면서 마을 골목길에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마을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1급수의 하천물에는 은어와 참게 민물장어 등이 서식하고 바다와 맞닿은 해안가의 인공숲에는 캠핑을 즐기려는 마니아들이 북적거린다. 갯벌에는 조개와 바지락, 해산물을 채취하는 체험객이 늘고 잔잔한 바다에는 카약과 스노클링 등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힐링 1번지'로 재탄생

이처럼 관광객과 체험객이 늘어난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마을주민들이 체험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경기도 의정부에서 이 마을로 귀농한 한 젊은이에게 빈집을 제공, 마을기업을 운영하며 생활토록 편의를 제공했다. 이 젊은이는 인터넷카페를 운영하며 마을을 전국에 알리는 일로 보답했다. 그랬더니 체험객이 몰리면서 수입이 늘어났고 주민들의 참여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요즘 두모마을은 전국에서 몰려오는 체험객들로 분주하다. 주민들이 자치회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예약이 들어오기 때문에 운영진은 잠시도 짬을 낼 수 없을 정도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두모마을의 체험프로그램은 크게 역사문화 체험과 바다 체험, 영농 체험의 3종류다. 역사문화체험에는 유배문학의 산실인 노도에서 서포 김만중의 유배당시를 재현한 유허지와 우물, 허묘 등을 답사하면서 선생의 문학세계를 더듬어보는 '노도문화체험'(2만 원)과 진시황 때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남해를 찾은 서불의 발자취를 되새겨보는 '서불과차 체험'(1만 원), 우리나라 3대 기도 도량으로 알려진 보리암과 해발 681m의 금산에서 태조 이성계의 전설을 들어보는 '등반 체험(1만 원)'이 있다.

바다체험은 최대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3000여 ㎡의 갯벌에서 연중 바지락과 게, 고둥 등을 채취하는 갯벌바지락 캐기(5000원)와 밀물이 들어오면 마을 앞바다에 그물을 쳐 놓았다가 썰물 때 바닷물이 빼져나가면 물고기를 잡는 개매기 체험(어른 2만 원, 학생 1만5000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개매기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마을의 청년회와 부녀회, 노인회 등 30여 명이 2시간 가량 투입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체험객이 100명 이상이고 바닷물이 따뜻한 6~9월에만 가능하다.

이 외에도 카약 체험(2만5000원)이나 선상 낚시(3만 원), 선상통발 체험(3만 원) 등도 가능하다. 영농체험은 시금치나 겨울초 캐기, 마늘 농사, 모내기와 벼수확 등이 가능하지만 영농시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미리 마을측에 문의해서 계획을 짜야 한다.

두모마을자치회 강미라 사무장은 "주민들의 이동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알려지지 않아 순박하고 오염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며 "때묻지 않은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가족이나 친구끼리 체험과 휴양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험관 055-862-5865, 사무장 010-8500-5863, 위원장 011-9508-1735.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