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항 인접·공단 밀집지역 불구
- 강서구 공영차고지 한 곳 없어

주말인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 부산 강서구 신호동의 한 왕복 4차선 도로. 좌우 측면 2개 차로는 이미 트레일러와 카고 등 화물차가 점령해 신호공원과 명지동을 지나다니는 승용차는 중앙의 2개 차선만 이용했다. 이날 식당가에서 빠져나와 이 도로로 합류하려는 차량은 불법 주차된 화물차에 시야가 가려져 차가 오는 데도 중앙 쪽으로 차머리를 밀고 나오다 급정거를 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 일대는 탄력적 주차 허용 구간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차가 허용되지만 대형 화물차들은 밤낮없이 차고지로 쓰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오후 7시20분께 부산 강서구 신호산단 1로의 왕복 4차선 도로 좌우 측면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김성효 기자

26일 부산 강서구에 따르면 부산신항과 공단 밀집지역인 강서구에 화물차 공영차고지가 한 곳도 없어 인근 주택가를 점령한 화물차의 불법주차로 인한 사고 우려가 높다. 차주들은 과거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강서구의 외곽지를 차고지로 활용하다가 수년 새 명지신도시 에코델타시티 등 개발이 잇따르면서 적당한 주차 장소를 찾지 못해 주택지 등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에 부산시는 2015년부터 강서구 사상구 등 타 광역시·도와 인접한 7개 자치구에 한해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0시~새벽 4시) 주차를 허용하는 '화물차 밤샘주차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소유주가 동의한 노상주차장 공지 등에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지역 화물차 수(3만2800여 대)에 비해 강서구에서 밤샘 주차가 가능한 지역은 37면에 불과하다.

주차 장소 부족에 따른 화물차들의 불 법주차는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지난해 8월 남구 감만동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고, 한달 뒤인 9월에는 사상구에서 1t 트럭이 주차 중인 25t 탑차를 추돌해 2명이 숨졌다.

불법 주차가 만연한 데는 부산신항과 공단이 밀집해 화물차의 통행이 잦은 강서구에 공영차고지가 전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부산시는 강서구 미음동에 500면 규모의 공영차고지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를 시작했다. 토지매입과 공사 기간 등을 고려한다면 빨라도 2020년이 돼야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금정구 회동동에 총 391면의 공영차고지가 조성된 데 이어 올 2월 금정구 노포동에 218면의 차고지가 완공됐다.

강서구 주민 박기택(42) 씨는 "화물차는 서부산에 많은데 차고지는 동부산부터 만드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서부산 주민들은 주택가에 불법 주차된 화물차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해진 시간 이외 불법 주정차 단속은 구청 소관"이라며 "공영차고지 조성을 위한 부지 마련 등의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