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자 한종선 씨 등 대책위
-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 촉구
- 최근 학계서도 재조명 토론회

올해는 '부산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0년이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국회와 학계 차원에서 활발하게 전개돼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한종선 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형제복지원 특별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모습. 한종선 씨 제공

형제복지원 대책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형제복지원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8000여 명의 서명지를 최근 국회에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특별법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자에게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주거복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폐기됐다가 지난해 7월 진 의원이 동료의원 7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재발의했다.

학계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는 형제복지원 특별법 통과와 사건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주윤정 박사는 "역대 정부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 폭력'의 문제로 보지 않아 진상규명이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부산 사상구 형제복지원은 1975년 내무부 훈령 제410호에 근거해 12년 동안 이른바 '부랑인'을 수용했다. 길거리나 기차역의 노숙자나 고아는 물론 무고한 미성년자까지 무차별적으로 끌고 가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켰다. 말을 듣지 않으면 살해 후 암매장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에서 원생 1명이 구타로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비로소 그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신민당의 형제복지원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부터 최소 513명이 사망했다. 2014년에는 형제복지원 출신 무연고 시신 38구가 부산 영락공원에 가매장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6월 민주항쟁을 앞두고 폐쇄돼 잊혀가던 형제복지원 사건은 생존자인 한종선(41) 씨가 2012년 국회 앞에서 진상규명을 바라는 1인 시위를 하면서 세상에 다시 알렸다. 한 씨는 지난달 2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광화문1번가를 찾아 특별법 제정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한 씨는 "민주화운동으로 전두환은 몰아냈지만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 적폐를 치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폐가 쌓아놓은 아픔과 상처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끌어안아 달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형제복지원 조사에 참여했던 만큼 특별법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2012년 한 씨가 형제복지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살아남은 아이' 북콘서트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진상규명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