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1일을 효의 날로 정하자"
- 정책 제안부터 개인 민원까지
- 마지막날 시 접수창구 북적

- 전국서 15만여 건 요구 접수
- 인수위, 분류해 정책으로 수립

"하도 답답해서 와봤는데…. 그래도 속은 시원해."

12일 부산시청 2층 행복민원실에 마련된 '광화문 1번가' 정책 접수창구에서 한 시민이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김진룡 기자

12일 오후 1시 부산시청 2층. 국민인수위원회가 설치한 '광화문 1번가'의 정책 접수창구는 여전히 북적였다. 자기 정책을 내고 돌아가는 이들은 하나같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속은 시원하데이"라고 했다.

이날 접수 창구를 찾은 신석산(65) 씨는 정부가 매달 1일을 '효의 날'로 제정하자는 정책을 냈다. 매년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정한 게 역사적으로나 지금 상황을 따져봤을 때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 씨는 "어버이날의 기원이 1900년대 초반 미국 앤 자비스라는 여성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교회에서 처음 시작돼 기독교적인 요소가 많다. 1년에 한 번 하다 보니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효의 날이라도 부모 생각을 하면 자살하고 싶은 청년들도 마음을 돌리지 않겠느냐. 또 부모님을 자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아이도 많이 낳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광화문1번가 부산창구에 오프라인으로 접수된 정책은 239건이다.

유형별로는 신 씨처럼 정책 제안형부터 개인적인 민원을 제기하거나 이미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항을 재차 요구하는 강조형도 있다.

택시기사 A 씨는 조류 발전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제안했다. A 씨는 전남 해남군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에 물살이 거세니 이를 이용해 조류 발전을 하자고 했다. 울돌목에서 육지까지 연결된 수로에 수천 개의 수차(水車)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자는 것이다.

A 씨는 접수카드에 "학식과 기술력을 가진 분들의 검토를 거쳐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이륜차의 번호판을 앞쪽으로 달자는 제안도 있었다. 거제대로 주변 아파트에 사는 B 씨는 밤마다 오토바이 소음에 시달려왔다. 그가 생각해 낸 정책은 이륜차의 번호판도 앞에 달자는 것이다. 그는 "일반차는 과속을 할 때 CCTV가 앞에 달린 번호판을 찍는데 이륜차는 번호판이 뒤에 있어 통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B 씨는 "오토바이 앞에 꼭 번호판을 달아 다른 차와 같이 통제하자"고 이야기했다.

C 씨는 이미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 내 인적 청산에 대해 주문했다. C 씨는 "검찰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일명 우병우 라인을 쫓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겨울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주장도 많았다.

이렇게 접수된 정책은 국민인수위원회가 정책과 민원으로 분류해 다음 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광화문1번가'는 현장·온라인·전화·우편 접수를 통해 15만여 건의 제안을 받았다. 가장 많은 의견이 제안된 분야는 민생·복지·교육 분야였고 일자리와 부정부패 청산이 그 뒤를 이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