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본적지 이외 추가정보 부족
- 강제동원역사관에 이전 주장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 가운데 이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하고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부산에 묻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복 72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 가운데 무연고 유골 195기가 모셔져 있는 부산 영락공원 제2영락원.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4일 오후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제2영락원 지하1층 무연고자 봉안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물함처럼 생긴 철제 캐비닛이 줄지어 있었다. 캐비닛 위에는 무연고자의 이름과 일련번호·납골 일자가 쓰여 있었다.

이 중 195개의 캐비닛 앞에는 ‘태평양’이란 글씨가 선명했다. 1941년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 때 강제 징용당한 한국인 희생자 195명의 유골이 이곳 봉안당에서 다른 무연고자들과 함께 더부살이 중이다.

우리 정부는 1971~1976년 세 차례에 걸쳐 일본 후생성에서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1197구를 반환받아 영락공원에 안치했다. 정부가 몇 차례 유족 찾기 운동을 한 덕에 대부분의 유골이 가족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유골 195기는 지금까지 찾는 이가 없다. 무연고자 유해가 봉안당에 모셔지면 10년 뒤 다른 곳으로 옮겨지지만 강제징용 희생자들은 40여 년이란 세월 동안 한자리에 버티고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름과 본적지 기록이 있는데도 추가 정보 부족으로 유족을 찾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는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유족 찾기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순임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대표는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찾기와 보상 사업이 일관성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새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차라리 이분들을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모셔 추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일문화연구소 김문길 소장은 “강제징용은 부산항을 통해 이뤄졌다”며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일본 사람들도 자주 찾는 강제동원역사관의 추모탑 인근에 봉안당을 만들어 모셔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소장은 또 “얼마 전에도 일본인들이 추모탑에 와서 향불을 피우고 참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여기에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모시면 희생자들의 영혼이 얼마나 위로를 받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부와 부산시는 유족 추적이 어렵고 일부 유골은 유족이 인수를 거부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연구과 담당자는 “지금 유골을 관리하고 있는 부산시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