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의협은 무료 치료 지원 약속

부산·경남을 방문했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일본 반핵단체 활동가가 ‘균도 아빠’로 알려진 이진섭(54·사진) 발달장애인과세상걷기 대표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재일교포 김신명(일본명 마츠자와 노부야키·63) 씨는 음식이 기도에 막히는 사고를 당했다. 일본 반핵평화연대 활동가인 김 씨는 이날 경남 합천원폭자료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내와 두 딸이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김 씨는 사고 당시 가까운 병원을 거쳐 경남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김 씨의 사고 소식은 한국 탈핵활동가에 의해 일본 영사관으로 전달됐다.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김 씨는 지난 13일 오후 부산에서 일본 시모노세키로 출발하는 배편에 실려 귀국할 예정이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일본 정부는 현지 항구에 의사를 보내 김 씨를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김 씨가 입원한 병원 측은 김 씨의 주치의를 함께 배에 태우기로 했다.

그런데 대학병원 측이 갑자기 의사를 보내줄 수 없다고 태도를 바꾸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김 씨가 식물인간 상태였기 때문에 의사가 동행하지 않으면 배를 타고 가는 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병원 측은 배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입원한 약 열흘 동안 병원비만 3000만 원이 넘게 책정됐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외국인의 입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비는 한국에서 김 씨를 돌 본 이진섭 대표가 사비를 털어 우선 지급한 상태다.

기적은 경남 합천의 한 탈핵활동가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에 김 씨의 사연을 전하면서 일어났다. 인의협 측이 서울 녹색병원에서 김 씨의 증상이 안정화될 때까지 무료로 돌봐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의협은 1987년 민주주의와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체다. 김 씨 가족의 숙소는 한일평화연대에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인의협 이보라 사무국장은 “김 씨의 귀국길에 동행할 수 있을 의사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하기로 했다”며 “비행기로 안정적으로 이송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까지 한국에서 치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위기에 빠진 외국인 환자를 고향으로 옮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인권의 문제”라며 “기꺼이 지원을 해준 인의협과 녹색병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