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11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일방적인 여론몰이식 공청회’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청회에서 국민 의견을 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1안을 결정해 놓고 공청회 등을 통해 명분을 쌓으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부경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 관한 제3차 공청회에서는 1차 서울과 2차 광주 공청회와 마찬가지로 1,2안에 대한 기존 논의만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청회에 참여한 일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교육부가 제시한 2개 시안 중 하나로 의견이 수렴되기는 커녕 양 극단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청회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은 교육부가 제시한 9등급제 절대평가가 아닌 “수능 5등급제 절대평가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에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 모임은 “학생부종합전형은 금수저 전형이다. 수능 절대평가를 결사반대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적으로 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날 공청회 의견이 학생, 학부모 의견을 대표하는 ‘바로미터’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다.

　두 가지 시안에 대해 모두 문제점을 제기하며 ‘학생부종합전형 보완’, ‘수능 폐지 및 자격고사화’ 등 ‘제3안’을 교육부가 새로 만들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육부는 이미 “제3의 절충안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한 일반고 교사는 “정부는 교사 70% 이상이 절대평가 확대에 찬성했다고 하는데, 진학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 대부분은 학생부종합전형과 절대평가 확대에 대해 우려가 많다. 지방에 있는 일반고 교사는 서울 대학 입학사정관과 만날 기회도 적고, 교사 간 역량 차이가 크다. 수능 개편을 논하기 이전에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고3 학부모는 “1안이든 2안이든 국·영·수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아이도 수학 범위가 너무 방대하고 어렵기 때문에 수학만 공부한다. 수학만이라도 절대평가 도입하자는 데 동의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이 많긴하지만, 적절히 내신과 조합하면 변별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정부 정책을 수립할 때 한 가지 안을 제시한 뒤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여는 것과 달리 교육부가 두 가지 안을 들고 나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한 진학담당 교사는 “제3안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많은데도 공청회장에서는 서로의 이익만 주장하는 갈등만 있고 새로운 대안에 대한 모색은 빠졌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의 숨은 여론은 없고 대학 관계자,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만 있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