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카페서 정보 주고받기도
- 손배소송 등 단체행동까지 나서

23일 주부 전미영(38·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 계란 먹어도 되나요’라는 앱에 계란의 난각코드를 입력하자 ‘먹어도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전 씨는 “난각코드를 입력하면 계란의 적합·부적합 여부는 물론 검출된 농약 종류를 알려주는 앱이 많다”며 “언제까지 계란을 안 먹고 살 수가 없어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판별 앱 ‘이계란먹어도되나요’캡쳐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안전한 밥상 정보’를 공유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살충제 계란 정보나 해썹(HACCP) 인증 제품을 찾아주는 앱이 특히 인기다. 소비자들이 농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공장식 축산을 방치한 농림축산식품부 기능을 다른 부처로 이관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계랸 판별앱은 ‘이 계란 먹어도 되나요’이나 ‘달걀 판독기’를 비롯해 10여 종에 달한다. 해썹 인증 제품과 제조사를 찾아주는 ‘fresh 안전먹거리’와 QR코드·이력번호를 통해 농축산물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안심 장보기’도 찾는 이가 많다.

주부 최모(34·사상구 학장동) 씨는 “부산시가 ‘살충제 계란이 부산에는 반입되지 않았다’고 해놓고 사흘 만에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 행정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요즘은 식품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많이 얻는다. 소비자 집단 지성이 더 믿을 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계란 난각코드 읽는 법’이나 ‘계란 부적합 농장 리스트’는 물론 ▷등급란과 일반란의 난각 표시 정보가 다른 이유 ▷난각 코드를 표시하지 않은 계란을 발견했을 때 신고하는 법과 같은 전문적 내용도 공유되고 있다. ‘난백분이나 난각칼슘 없는 라면 리스트’나 ‘우리 아이 생일 케이크 대체 법’과 같은 생활 팁도 넘쳐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안은 정보 공유를 넘어 단체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친환경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산란계 농가와 친환경인증기관에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추진 중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날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식품부는 축산업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농식품부의 동물복지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라”고 촉구했다.

식생활교육부산네트워크 김경준 사무국장은 “살충제 계란 파동은 친환경인증제를 비롯해 정부 식품 관리 정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실망한 소비자가 정부에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안전한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부산 소비자단체도 친환경 먹거리 정보나 안전한 식습관 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