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고위직 국정 농단 1심
- 승마·동계영재센터 지원 등
- 뇌물 혐의는 88억만 인정

- 최지성·장충기도 4년 실형
- 박근혜 유죄 가능성 커져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 씨에게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으로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도 유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시 구치소로-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을 나서 구치소행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이 부회장의 선고공판에서 뇌물공여, 횡령, 국회 위증,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개별 혐의 가운데 일부는 무죄로 봤다. 이 부회장의 형량도 유죄 인정 때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뇌물의 핵심 고리인 최 씨의 딸 정유라(21) 씨에게 삼성그룹이 승마 지원을 했다는 뇌물 혐의는 유죄였다. 또 최 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혐의도 유죄로 판단되면서 횡령과 재산 국외도피 혐의 역시 인정됐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삼성그룹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겐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우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은 모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의 승계 작업이 공론화한 상태에서 청와대도 보고서를 작성한 점에 비춰 박 전 대통령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승마 지원으로 기소된 뇌물액 77억9735만 원 중 마필 운송 차량 구입비(5억 원)를 제외한 72억 원 상당만 뇌물로 판단했다. 또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 원도 뇌물로 인정했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가 주장한 뇌물 약속액 213억 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또 삼성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은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재용 피고인의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하던 삼성 임원들이 경제 정책의 최종 권한을 지닌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의 뇌물을 지급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정경유착이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상실감은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피고인들이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했다기보다는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