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비싼 유기농 제품도 인기
- 사회적기업엔 제작강의 쇄도

주부 박모(여·37·부산 기장군) 씨는 최근 인터넷으로 면 생리대를 주문했다가 오는 11월에 배송된다는 안내문을 보고 허탈해했다. 박 씨는 “생리대 파동을 보면서 일회용 생리대에 공포심이 생겼다”며 “귀찮더라도 빨아 쓰는 면 생리대가 낫겠다 싶었는데 당장 배송이 안 되니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생리컵을 구매해야겠다”고 말했다.

29일 면 생리대 업체 홈페이지에 배송이 지연된다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다.

‘릴리안 생리대 파동’으로 일회용 생리대 대신 대안 생리대를 찾는 여성이 급증하면서 값비싼 유기농 생리대와 면 생리대가 품절 사태를 맞았다. 일부는 직접 천을 사서 면 생리대를 만들거나 아기 기저귀를 대용품으로 쓰기도 한다.

지난 27일 밤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드러그스토어. 친환경 생리대 진열대에 ‘품절’이라는 푯말이 붙었다. 면 함유량이 높은 해외 유명 유기농 생리대가 진열돼 있던 곳이다. 점원 A(여·28) 씨는 “일반 생리대보다 배가량 비싸 평소에는 많이 팔리지 않았는데 ‘릴리안 파동’ 이후 급격히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29일 현재 이 매장은 국산 생리대로 진열대를 채웠다.

부산에서 대안 생리대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모락모락 정후정 대표는 “간단한 손바느질로 면 생리대를 만들 수 있는 DIY키트 판매량이 최근 배 이상 늘었다”며 “40, 50대 주부 고객을 중심으로 만들기 수업 요청이 많아 조만간 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드는 여성들도 많다. 주부 A(43) 씨는 “시장에서 4만 원가량(25개 분량) 들여 천을 떼 와서 직접 생리대를 만들었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3, 4년은 쓸 수 있어 알뜰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는 전용(76) 씨는 “아기 기저귀용 천을 생리대로 만들겠다며 찾는 고객이 하루 3, 4명은 된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는 ‘면 생리대 대란’이 일어났다. 면 생리대 제조업체 홈페이지마다 주문 폭주로 배송이 지연된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H사는 “주문량이 폭주해 지난 25일 이후 주문 물량은 11월 중으로 발송된다”는 안내문을 띄워 놓았다. L사도 “현재 주문하면 3주 이상 소요된다”고 밝혔다.

인터넷 카페 ‘부산맘수다’에는 생리대 대체품으로 아기용 기저귀 사용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한 유저가 “동네 약국의 유기농은 죄다 품절이고, 면 생리대 주문도 여의치 않다. 생리대 대신 아기 기저귀는 어떤가”라는 글을 올렸더니, “처녀 때부터 사용했다” 등 긍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