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부권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
- 경찰·지자체·민간 TF팀 구성
- 학교 밖 폭력 촘촘히 대응 강조

- 학폭위 징계·상담 단순반복
- 학생에 외면받는 신고체계 등
- 기존 대책과 대동소이 지적도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부산 여중생 폭력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학교 폭력 종합대책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이 그동안 내놓은 예방책 가운데 상당수는 대부분 무용지물이 됐다”며 “성적 경쟁에서 밀려난 아이들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교육시스템 정착과 함께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본다는 공동체 정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7일 부산교육청 기자실에서 최근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 대해 사과한 뒤 학교폭력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진기자 kjj1761@kookje.co.kr

■ “서부산권 공립형 대안학교 확대”

김 교육감은 7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기자실에서 “지난 1일 발생한 여중생 폭력 사건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교육감은 학교폭력 예방대책도 발표했다. 핵심은 서부산권에 공립형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경찰·자치단체·아동청소년단체와 공동 TF를 구성하는 것이다. 또 ▷단위 학교별로 장기 결석자 전수조사와 학교 부적응자에 대한 맨투맨 상담 강화 ▷자치단체와 연계해 CCTV 통합관제센터의 모니터링 ▷경찰과 연계한 117 학교폭력신고센터 기능 확대 정책도 내놨다. 김 교육감은 TF 구성으로 ‘약한 고리’로 지적(본지 지난 7일 자 6면 보도)받았던 학교 밖 폭력 예방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은 2000년대부터 꾸준히 추진됐으나, 주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김 교육감은 학교 부적응 또는 학업 중단 위기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공립 대안학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부산에는 공립형 대안학교가 금정구 한빛학교 한 곳뿐이다. 교육청이 위탁 운영하는 대안학교는 14곳이다.

김 교육감은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민과 관계기관의 도움이 절실하다. TF팀이 운영되면 학교 밖 폭력에 대해서도 좀 더 촘촘한 대응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 “이번엔 제대로 된 대책 세워야”

학교폭력 대책이 쏟아져 나와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김 교육감이 내놓은 정책이 ‘2017년 학교폭력 예방대책(일명 자갈치 프로젝트)’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자갈치 프로젝트는 ‘자율적인 예방 활동 강화’ ‘갈등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사안 대응’ ‘치유중심의 관계회복 노력’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학교폭력 신고체제는 신고함·신고 전화·홈페이지와 함께 설문조사로 구성된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은 SNS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신고체계가 학생의 외면을 받는다는 의미다.

특히 ‘학교 밖 폭력’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이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2명은 대안학교에 출석체크만 해놓고 폭행과 절도를 했다. 피해 학생은 53일 동안 장기 결석을 했는데도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교육청 ‘위센터(학생 상담기관)’는 피해 학생이 지난 6월 1차 폭행을 당하자 상담을 하고도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징계와 단순 상담만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해 학생들은 지난 7월 학교폭력위에서 사회봉사·특별교육 징계를 받았다. 그게 끝이었다. 학교의 지속적인 상담이나 동향 추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대 이동형(교육학) 교수는 “현재 학교폭력 예방책은 일회적이거나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효과를 내기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폭력성을 띠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해 공감 훈련을 한다든지 체계적인 행동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폭력위가 마치 법정에서 판사가 판결하듯 가해자를 징계한다. 가해 학생의 문제를 어떻게 어루만질지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