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SPO 참석해도 공유 안해

부산 사상구 여중생 폭행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학교폭력전담경찰관(SPO)이 폭력을 예방하는 데 전혀 역할을 못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가해 학생 2명이 다닌 대안학교에는 SPO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가해 학생이 다닌 중학교는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사실을 SPO에 알리지 않았다. 경찰과 교육당국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7일 부산 강서경찰서와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월 피해학생이 1차 폭행을 당하자 가해 학생들이 다니는 4개 학교는 7월 A중학교에서 공동 학교폭력위를 열었다. 당시 가해자 5명은 사하구의 E대안학교와 중구의 F대안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었다. 3명의 원래 소속은 강서구의 B 중학교와 C 중학교이다. 나머지 2명은 사하구의 D 중학교 소속이다.

문제는 강서·사하경찰서 소속 SPO가 학교 측으로부터 학교폭력위 개최 사실은 물론 징계 결과조차 통보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경찰서는 “통상적으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 측이 담당 SPO에게 참석 여부를 타진하고 결과도 알려준다”면서 “당시에는 학교에서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 당연히 학교폭력위 개최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당시 학교폭력위에 유일하게 참석한 사상경찰서 SPO는 다른 경찰서 SPO와 징계 결과를 공유하지 않았다. 학교·경찰의 협력은 물론 경찰 내부 공조에도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정보가 공유됐다면 가해학생들을 철저히 관리해 2차 보복폭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상경찰서 측은 “4개 학교가 공동으로 학교폭력위를 열었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매뉴얼에도 결과를 공유할 의무가 규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발생한 2차 폭행 가해학생 5명이 다니는 E대안학교에는 SPO 자체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안학교는 일선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부모의 동의를 거쳐 위탁 교육을 하는 곳이다. 관리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더 필요한데도 SPO가 배치되지 않은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경찰은 “학생들은 원래 학교에 적을 두고 대안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기 때문에 따로 SPO를 두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반면 가해학생이 다니는 한 대안학교 교사는 “일반 학교에 부적응한 학생이 많이 다니는데 SPO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부적응 학생은 더욱 면밀하게 살피고 상담해야 한다. 오히려 대안학교에 상담교사와 SPO를 집중 배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호걸 김봉기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