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귀신 스티커(사진)’를 차 뒷유리에 부착한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진 운전자(본지 지난달 22일 자 6면 보도)에게 벌금 10만 원이 선고됐다. 귀신 스티커는 뒷차가 상향등을 켜면 귀신 그림이 나타나 ‘상향등 보복 스티커’로도 불린다. 귀신 스티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국내 처음이다.

8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김경수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진 A(32) 씨에게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귀신 스티커를 자신의 차 뒷유리에 붙이고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운전한 혐의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 중 SUV 차량을 추월하자 그 차가 상향등을 켠 채 뒤따라와 배수구에 빠질 뻔했다. 상향등을 켜는 운전자가 많아 귀신 스티커를 구매해 붙였다”고 진술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 달 24일 A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겼다. 도로교통법 42조 1항은 ‘자동차에 혐오감을 주는 도색이나 표지를 하거나 그러한 도색이나 표지를 한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이날 법원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상향등에 따른 피해를 방어하기 위해 스티커를 붙였을 뿐 보복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혐오감에 대한 기준도 모호한 것 같다. 귀신 형상은 아니더라도 자극적인 문구를 붙이고 다니는 차도 많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스티커에 인쇄된 도안 형상과 스티커 부착 위치를 고려했을 때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경찰에 적발된 이후 스티커를 자진 제거한 점과 교통에 미친 영향을 참작해 벌금 10만 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A 씨가 즉결심판에 불복할 경우 7일 내로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