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재발 막을 기회 놓쳐” 지적
- 가해자 1명 오늘 영장실질심사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이 1차 폭행 이후 보호관찰소에서 경고장 처분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형식적인 면담이 주를 이루는 보호관찰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부산보호관찰소는 지난 6월 29일 발생한 여중생 A 양 폭행 사건을 13일 뒤인 7월 12일 통신지도 과정에서 인지했다. 1차 폭행에 가담한 5명 중 2명이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보호관찰관은 7월 13일 가해 여중생의 주거지에 찾아가 지도한 뒤 보호관찰소로 불러 면담하고 경고장을 발부했다. 여기에 면담횟수를 늘리는 처분으로 사실상 지도를 끝냈다.
당시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했고 가해학생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었지만 보호관찰관은 면담으로 지도 수위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들은 친구들과 함께 지난 1일 2차 폭행을 저질렀다. 보호관찰관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2차 폭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호관찰관은 보호 대상자가 다시 범행을 저지르면 경고장 발부 외에도 구인장을 신청할 수 있다. 또 법원에 보호 관찰상황을 통보하거나 보호 처분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취재진이 보호관찰 중인 소년범들을 만난 결과 “보호관찰이 형식적인 면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반응이 많았다. 보호관찰 중인 B(16) 군은 매달 한 번 보호관찰소에 가서 10분가량 면담한다. 보호관찰관의 질문은 학교생활·취업준비나 경찰 조사 여부 등이 대부분이다.
면담에 응하지 않으면 경고장이 발부되고 경고장을 3장 받으면 구인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B 군은 “보호관찰관이 구인장을 청구한다든가 면담횟수를 늘릴 수 있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며 “10분만 순한 양처럼 대화하면 한 달 동안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보호관찰소의 폐쇄적인 언론 대응도 지적됐다. 본지 취재진의 취재요청에 보호관찰소는 서면질의만 가능하다고 했다. 또 자신들에게 유리한 질문에만 답변을 보내왔다. 가해 여중생의 보호관찰 내용과 6월 29일 발생한 1차 폭행 사건 이후 보호관찰 내용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 1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11일 열려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호걸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