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상가동률 95%서 32%로 급감
- 입원 환자 중 경증은 퇴원조치도

울산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 노조의 총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의료 공백 등 파업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5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돌입한 울산대병원 노조의 파업이 이날로써 12일째를 맞았지만 노사 양측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1%(25만6751원) 인상과 사학연금 전환에 따른 생활안정 보조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병원 측은 기본급 2.35% 인상(통상수당 0.6% 인상 제외)을 제시한 채 현재의 경영상황을 감안할 때 그 이상은 불가하다며 맞서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노조 요구대로라면 260여억 원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흑자분(103억 원)의 배가 넘는 수치”라며 “올해 잠정 합의한 타 병원들의 임금인상 평균도 3% 수준이다. 노조의 요구는 지나치게 무리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노조 측 관계자는 “타 병원과는 달리 우리는 매년 고작 1%대 기본급 인상만 이뤄져 왔다”며 “게다가 상급병원 승격과 부속병원 전환 등 노동환경 변화도 있기 때문에 다른 병원들과는 조합원들의 입장이 매우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사 양측의 의견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면서 파업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의료공백이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그 피해는 애꿎은 시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이 병원은 파업으로 인해 초진 환자의 외래 접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진 환자나 예약 환자도 진료나 각종 검사가 지연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간호 인력 부족으로 추가 입원환자는 사실상 받지 않고 있다. 또 현재 입원 중인 환자마저도 경증인 경우 퇴원을, 중증 환자에게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암을 비롯한 중증 환자의 예정된 수술이 취소되거나 입원이 연기되는 사례도 빈번해지는 등 의료 파행 및 공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현재 이 병원의 입원환자 수는 318명으로, 전체 병상(984개) 대비 가동률이 32.3%에 불과하다. 파업 전 병상 평균 가동률이 95% 안팎이었다.

이에 대해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노사가 이번 주 교섭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최악의 의료 공백 사태까지 우려된다. 다음 주부터 열흘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이라며 “노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현명한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