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 외면 잣대, 신청 24명뿐
- 항의 빗발… 기준 바꿔 재공모

최근 부산시의 청년 머물자리론 담당부서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머물자리론은 중위소득 80% 이하의 청년에게 주택 임차보증금의 최대 80%와 연이자 3%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자신을 25세 무직이라고 소개한 A 씨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을 주고 작은 방에 혼자 사는데 머물자리론 신청 자격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A 씨가 매월 납부하는 건강보험료 2만3000원이 걸림돌이었다. 머물자리론을 신청하려면 지역가입자 기준 건강보험료가 월 1만6160원 이하여야 한다. A 씨는 “도대체 누가 머물자리론을 받을 수 있느냐”고 따졌다.

	부산시청 전경. 국제신문DB

머물자리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선정 기준 탓에 청년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는 항의가 빗발치자 뒤늦게 선정 기준을 바꾸고 재공모에 나섰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최근 머물자리론 신청자 접수를 마감한 결과 목표치 500명에 한참 모자란 24명이 신청해 최종적으로 14명만 선정됐다. 심사에서 탈락한 10명 중 5명은 A 씨와 유사한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무직이라 소득이 없어도 보증금이 걸린 월세 주택에 살고 있다면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이 1만6160원을 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부산시가 선정 기준에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비롯됐다. 기준중위소득 80% 이하이면서 한 달 건강보험료 본인 부담금이 1만6160원 이하인 청년 1인가구가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항의를 한 청년 대부분은 보증금을 건 주택에 사는 1인가구였다.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선 부산시는 건강보험료가 소득·재산(보증금 포함)뿐만 아니라 성별·나이를 비롯해 다양한 기준을 근거로 산정되는 점을 확인했다. 또 보증금이 있는 주택에 거주하는 청년 1인가구는 머물자리론의 기준보다 높은 보험료를 내는 점도 드러났다.

결국 부산시는 소득 요건을 변경해 2차 머물자리론 접수에 나섰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의 소득요건은 ▷부모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또는 부부 연소득 5000만 원 이하로 변경됐다. 직장인은 ▷본인 연소득 3000만 원 이하나 부부 연소득 5000만 원 이하로 조정했다.

부산시 담당자는 “1차 공모를 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항의를 받고 현실을 알게 됐다. 1차에서 억울하게 탈락한 청년들이 2차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