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의약품 등 구성품목 제시
- 기장군은 무료배포 조례안 추진
- 쇼핑몰에선 물품 판매량 급증

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소라(여·47) 씨는 최근 집에 ‘생존배낭’을 꾸려놓고 부산으로 귀향했다. 생존배낭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미리 싸놓는 가방이다. 며칠간 먹을 수 있는 식료품과 손전등·배터리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김 씨가 생존가방을 만든 이유는 연휴 직후인 오는 10일이 북한 노동당 창건 71주년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4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오는 10일을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김 씨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주지진을 비롯해 각종 재난이 잇따르자 생존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국민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생명가방 표준 권고안 마련에 나섰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달 21일 전국 자치단체에 ‘생존배낭 구성품 권고안 마련을 위한 설문조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자치단체 민원실에 비치해달라고 한 설문조사 항목에는 생존배낭 구성품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우선순위나 생존배낭의 적정가격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정부는 또 표준 구성품목으로 ▷최소 3일분의 식·의약품(물·음료수·사탕·초콜릿 등) ▷최소 3일분의 위생·생활용품(비누·속옷·모포·손난로 등)▷안전·응급처치용품(손전등·헬멧·마스크 등)을 제시했다. 행정안전부는 “국민 스스로 태풍·지진과 같은 재난 발생에 대비해 생활용품을 비축할 수 있게 생존배낭 구성 품목을 마련해 4분기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려 한다”고 설문조사 취지를 설명했다.

부산에서는 원자력발전소 밀집지역인 기장군이 생존가방을 무료 배포하는 조례안을 추진 중이나 예산낭비와 선거법 위반을 우려한 기장군의회의 반대로 표류 중이다. 기장군 측은 “현재 생명가방 조례안은 부결도 가결도 아닌 보류 상태”라며 “어떻게든 결론이 나길 기다리고 있다. 기장군이 가장 먼저 추진한 정책을 중앙정부가 따라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생존가방에 들어가는 구성품 판매량이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오픈마켓 옥션의 휴대용라디오 판매량은 일주일 만에 40%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담당자는 “정부가 최근의 북핵 실험을 의식해 생명가방 권고안 마련을 추진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일부 보수 정치인이 ‘전술핵 보유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인질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도심지 곳곳에 걸자 시민들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홍태(37) 씨는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주지는 못할망정 자극적인 문구로 안보팔이에 나서는 정치인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