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 용지 하나 사는 데도 한참 망설입니다. 여성기업, 장애인기업, 사회적경제 기업… 어디서 구매해야 할까요?”

　20일 부산시와 산하 공공기관 물품 구입 담당 직원의 고민이다. 사회적 약자가 근무하는 기업에서 한해 구입할 수 있는 최대치가 일정하지만 서로 자신들의 제품을 더 많이 사달라고 요구해서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한해 총구매액(제품과 노무용역 등)의 100분의 1이상(1%)을 해당 기업에서 구매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지난달 기준 시 전체 기관이 구매한 총합은 1.31%로 법적 기준을 넘었다. 16개 구·군 중 사하구와 중구는 각각 4%와 3.47%로 구매율이 매우 높고, 부산진구(0.29%)와 동구(0.38%) 등은 최하위다. 공사·공단에서는 부산교통공사가 3.64%로 가장 높고, 부산도시공사(0.04%)가 꼴찌였다.

　문제는 기관들의 구매 실적을 지금보다 크게 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중증장애인 생산품만 많이 사면, 여성 등 다른 사회적 약자 기업의 구입률은 떨어지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한해 물품과 용역의 구매 총액 가운데 5% 상당을 여성기업 생산품의 구매를 목표로 설정’하게 돼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에도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연도별 구매 계획과 전년도 구매실적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게 명시됐다. 법에는 관련 내용을 어길 경우 처벌 조항이 없지만 공공기관은 물품 구매에 각 사회적 약자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허술한 법 개정을 비롯해 정부와 자치단체의 세밀한 정책 추진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의대 홍재봉(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당 기업들이 전문적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자치단체가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시가 민간기업과 시민들이 사회적 기업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해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