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여곳 중 현재 1곳만 허가
- 시한 어기면 폐쇄 명령·과징금
- 영세 축산농가 많아 피해 우려

정부의 불법 축사 양성화 시한을 앞두고 경남에서 가장 많은 가축을 사육 중인 ‘축산 도시’ 김해시에 비상이 걸렸다.

19일 김해시와 지역 축산농가들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 2월부터 무허가 축사 개선 대책의 일환인 축사 적법화 조치를 시행하도록 일선 지자체에 지시했다. 이는 불법시설에서 배출되는 분뇨 등 환경오염 물질의 무단투기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불법 축사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양성화하자는 게 골자다.

당시 김해시가 불법 축사 전수 조사를 벌인 결과 총 642곳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양성화 허가가 난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며 77건은 해당 농가에서 건축사 등을 통해 적법화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적법화 절차를 진행 중인 축사가 모두 양성화된다고 해도 김해지역 전체 축사의 12.1%에 불과하다.

정부는 1차년도 양성화 완료 시기를 내년 3월까지 잡고 있다. 정부는 양성화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해당 축사의 폐쇄 명령과 1억 원 이하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해 놓고 있어 해당 축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불법 축사의 양성화 과정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다. 특히 김해시 조례상의 축사 규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애초 축사 건축이 허용된 준농림지역 규정이 최근 계획·생산·보전 관리지역으로 세분됐는데 김해시의회 조례에는 보전관리지역에서 축사를 못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난개발 방지 등의 목적이지만 결국 예전부터 이곳에 설립된 축사는 양성화가 불가능하다. 이 상황에 해당하는 농가가 10~3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남도내 대부분 지자체는 보전관리지역의 축사 건축을 허용하고 있다.

재원 조달이 어려운 영세농이 많은 것도 주요 원인이다. 해당 농민들은 불법 건물이 국유지를 침범할 경우 저렴하게 불하해주고 양성화 시 부지를 측량하는 지적공사에서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깎아주는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김해시와 시의회, 김해시건축협의회, 농민 등을 중심으로 긴급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해시의회 김종근(건축사) 의원은 “축사 양성화를 위한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 많은 농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김해시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해시 관계자는 “시의회 규정을 개정해 보전관리지역에서 축사 양성화가 가능하도록 하고, 지적공사 수수료 인하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서별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해시에는 소 3만여 마리, 돼지 18만여 마리가 사육되는 등 도내에서 가장 많은 소,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