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내 1만 명 첫 돌파 가능성

아기를 키우는 ‘슈퍼맨 아빠’ 1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부산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를 개선하고자 부산고용노동청이 7일 고용노동청 컨벤션홀에 육아휴직에 나선 아빠들과 이를 권장한 기업을 초청해 경험과 고충을 들었다.

“육아휴직 기간 아이와 세계일주를 했다. 보수적 사내 분위기 속에서 퇴사를 고민했다. 나를 이어 남성 직원 4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

모 기업 1호 남성 육아휴직자인 김모(36) 씨가 이같이 말했다.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 1년 차 육아휴직 남성 자격으로 참석한 다른 남성은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게 돼 가정에 충실해지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는 재충전할 수 있어 복귀 이후 업무 의욕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고용노동청 관계자를 비롯해 지역 공기업과 사기업, 연구기관, 노동단체 관계자 17명이 참석해 남성 육아휴직의 기쁨과 현실적 어려움, 제도적 문제를 논의했다. 육아휴직자는 공개된 자리임에도 언론에 인적 사항이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기준 육아휴직 급여를 받은 전체 근로자 6만7658명 중 남성이 8388명(12.4%)이었다고 밝혔다. 남성 육아 휴직자 수는 2010년 전국 819명(전체의 2.0%)에 불과하던 게 지난해 7616명(8.5%)로 늘어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부산에서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 키우는 아빠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산고용노동청 조사 결과 부산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6%(144명)에서 지난해 5.9%(228명)로 늘었다. 그러나 전국 평균(8.5%)과 큰 차이를 보인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육아휴직 급여 지급분을 늘리고,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같은 유인책을 도입했음에도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데 당사자는 물론 기업도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이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할 때 이런 분위기가 개선된 사례도 소개됐다. 지역 기업인 디알비동일은 직원에게 육아휴직제도를 꾸준히 안내하는 한편 신청 예정자와 상담을 진행해 휴직 사용자를 늘렸다. 이 회사의 지난 3년간 육아휴직자는 총 9명이었는데, 남성이 5명으로 여성보다 오히려 많았다.

부산대 권혁(법학과) 교수는 “육아휴직하는 남성은 회사에 자부심을 갖게 되고 이는 기업 생산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정철욱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