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성도 높은 양산단층 가지설
- “안전지대 아냐” 공통된 의견
- 전국 지질조사 필요성 제기도

지난해 9월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경북 포항에서 1년2개월 만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규모 7.0 안팎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진 관측 이래 1년2개월 만에 역대 1, 2위 규모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함으로써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주장은 한층 힘을 얻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기상청 브리핑룸에서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이 지진 단층면해를 보여주며 이번 포항 지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 손문(지질학과) 교수는 15일 포항 지진과 관련해 “이 지진은 본진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진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럴 경우 더 큰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부경대 김영석(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역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사실은 국내 단층이 안정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며 “주변 단층도 움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지진은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의 가지라는 분석도 나왔다. 손 교수는 “경주와 포항은 지질학적으로 최근까지 운동한 젊은 지각이라서 활성도가 높고 활성단층이 많다”며 “진앙 분포를 보고 추정해봤을 때 양산단층의 가지 단층 하나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잇단 규모 5.0대 지진은 일본 지진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교수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일본 열도를 밀어내면서 지진이 발생하는데, 이때 해소되지 못한 응력이 한국으로 전달된다”며 “이 힘이 단층에 쌓여 있다 자극을 받은 뒤 터져 나오면서 지진으로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반도에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손 교수는 “한반도에서 큰 지진의 주기는 500년가량인데 대형 지진이 발생한 17세기 이후 400년이 지났다. 앞으로 더욱 큰 지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이번이 열 번째다.

아직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전에는 섣불리 한반도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포항 지진을 계기로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활성단층 조사를 비롯한 전국 지질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활성단층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정부는 내년부터 25년간 한반도 활성단층 조사에 나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