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이 2ｍ 담벼락이 넘어져
- 지붕·계단 내려앉아 아수라장
- 집 못 들어가고 친척집 대피
“나는 붓글씨를 쓰고 있었고, 마누라는 부엌에서 장인어른 제사 음식을 만들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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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동 씨가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파손된 자택을 둘러보고 있다. 전민철 기자 |
16일 경북 포항 흥해읍 옥성리. 대문을 들어가려던 이재동(68) 씨가 잠시 한 숨을 들이쉬었다. 전날 오후 악몽 같았던 지진이 생각나서였다. 이 씨는 “어제보다 더 갈라졌구먼”이라고 혼잣말을 하고 고무끈으로 묶어놓은 대문을 열었다.
집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부엌은 제사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꺼내놨던 양동이와 그릇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서재는 선반이 무너져 내려 옷가지가 바닥을 점령해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창문이 틀째로 방안으로 쓰러져 있었고, 창틀에 있던 난 화분도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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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옥성리의 한 주택이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파손돼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하다. 전민철 기자 |
밖으로 나왔더니 높이 2ｍ가량의 담벼락이 통째로 이 씨의 집 쪽으로 넘어졌다. 넘어진 담이 고추장과 된장을 담가 넣은 장독대를 덮쳤다. 집 뒤쪽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1층과 2층 사이에 설치됐던 길이 15ｍ가량의 파란색 지붕이 통째로 내려앉았다. 만약 지붕 아래 사람이 있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왼편으로 2층 전체가 1층과 10㎝가량 어긋나 있었다.
손자 이호담(9) 군이 생활하던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통째로 20㎝ 이상 내려앉았다.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돌렸지만, 문이 뒤틀려 열리지 않았다.
이 씨는 어젯밤 약 8㎞ 떨어진 처남 집에서 밤을 보냈다.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 가봤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 씨는 이날 장인 제사도 처남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이 씨는 “훼손도 많이 되고 어제 일이 생각나 더는 못살 것 같다. 35년간 정 붙이고 산 집인데 추억이 다 날아가 버린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포항=박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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