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이재민 1346명이 발생해 흥해 체육관 등 13곳에 이재민을 임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소방을 통해 접수된 피해신고는 화재 4건, 구조 122건, 구급 14건 등 총 140건이다. 인명 피해는 총 55명(중상 2명, 경상 53명)이고, 시설 피해는 건축물·도로·상수도 등 공공시설 피해가 134건, 주택·상가·차량파손 등 사유시설 피해가 1213건 발생했다. 시설 피해액은 69억1100만 원으로 추산했다. 학교시설·영일만항 등 미포함 금액까지 하면 피해액은 1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기둥이 훼손된 포항 장성동 C 원룸은 위태로워 보였다. 필로티 구조(1층에 벽을 없애 기둥만 두고 개방한 상태)로 지어진 이 원룸은 기둥 8개 중 3개가 크게 부서졌다.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왔고, 그 안에 철근도 휘었다. 건물 밖에는 대책본부의 긴급 위험평가 결과를 알리는 빨간색 종이에 ‘위험! 본 시설물의 거주와 출입을 금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훼손된 기둥 부근에는 임시 지지대를 받쳐 놓았지만, 금방이라도 붕괴할 것처럼 위험해 보였다. 

집주인 최모 씨는 “지은 지 6년밖에 안된 건물인데,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2차 피해가 우려돼 관공서에 신고했지만 특별한 조처가 없는 상태라 답답하다. 총 12세대가 사는데 모두 나갔다”고 말했다.

흥해 체육관 임시 대피소는 몰려든 이재민으로 가득 찼다. 일부 기업과 사회단체에서 보낸 구호 물품이 도착했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이재민 위로에 열을 올렸다.

중학생 이정민(13) 양은 “어제 종례 전 지진이 나면서 친구와 울음을 터트렸다. 집에 있기 무서워 엄마, 강아지와 함께 대피소에 왔다”고 말했다. 임신 39주인 아내와 함께 대피소를 찾은 임경덕(38) 씨는 “여진에 대한 공포로 대피소로 와 있지만,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없고, 불편한 것 많다. 아내와 뱃속 아이의 상태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승락(69) 씨는 “집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지만, 아직 90세 노모가 누워있다”고 호소했다.

휴업 조처가 내려진 한동대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자아냈다. 캠퍼스로 올라가는 길에 일부 가로등이 꺾인 것이 눈에 띄었다. 휴교령이 내려진 캠퍼스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았고, 곳곳에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넘어져 있었다. 캠퍼스 내 가장 피해가 컸던 느헤미야 홀 입구는 고층에서 떨어진 빨간 벽돌과 대리석 조각이 유리 천장을 때리며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느헤미야 홀 오른편은 4층과 3층 외벽이 무너져 내려 아래에 있던 조경수를 덮친 상태였다.

16일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었던 포항여고는 증축한 별관 4층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여학생 화장실 내부를 보니 문이 떨어져 있었고, 변기 안은 위에서 떨어져 내린 천장재와 벽돌로 채워져 있었다. 곳곳에 금이 간 곳도 발견됐다. 

상인은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지었다. 영일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잠숙(여·60) 씨는 “지진으로 관광객도 줄었고, 인근 건설 현장 인부도 모두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포항=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