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비약품 확대 요구도 많아

- 국민 편의·안전성 외면 지적도

의사에 이어 약사도 정부의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대한약사회는 오는 17일 서울 청와대 주변 효자치안센터에서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 반대’ 궐기대회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약사회는 이달 초부터 조찬휘 약사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투쟁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비상 대응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등 4개 효능군의 일반의약품 13개 품목을 안전상비의약품으로 판매한다. 보건복지부는 야간·휴일에 시급하게 사용할 필요성이 높은 일반의약품을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하고 기존 품목에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해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약사회 측은 안전대책이 전무한 편의점의 의약품 판매로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 우려 등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특정 유통재벌이나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안전상비약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 또 정부가 공공심야약국, 의원·약국 당번제 등과 같이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시하고 오로지 편의점 내 의약품 판매를 확대하는 데만 정책 방향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찬휘 투쟁위원장은 “그동안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 저지를 위한 여러 활동에 역량을 집중해 왔으나 정부가 의지를 꺾지 않아 이제부터는 모든 회원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약사들이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국민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외면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민들은 필수적이고 응급을 요하는 상비약의 경우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이 손쉽게 구할 수 있기를 원한다. 2016년 고려대 최상은(산학협력단) 교수가 실시한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개선방안 검토를 위한 기초연구’의 설문조사에서 시민들은 제산제, 지사제, 항히스타민제, 화상연고 등의 품목 확대를 요구했다. 

또 안전성 면에서도 현행 약사법과 일반약 분류기준에서 일반의약품은 ‘오남용의 우려와 부작용이 비교적 적고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으로, 주로 가벼운 의료분야에 사용되며 일반국민이 자가요법으로 스스로 적절하게 판단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상비약은 이러한 일반약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공식성명을 내고 “국민 불안을 부추겨 상비약의 접근성 확대정책의 발목 잡으려는 약사회의 태도는 전문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하락과 비판을 동시에 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상비약의 접근성 확대정책이 시대적 과제임을 명심하고 정부는 약속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