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되지 않은 금괴를 싸게 판다고 한국인을 속여 억대 현금을 훔친 라이베리아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22일 0시12분 서울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온 라이베리아인 K(27) 씨를 부산역 9번 승강장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K 씨는 지난 19일 오후 1시께 서울 용산구 한 호텔방에서 한국인 A(여·42) 씨에게 등록되지 않은 금괴를 싸게 판다고 속여 A 씨 가방에 든 16만 달러(한화 약 1억7300만 원)를 훔친 혐의(절도)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K 씨는 다른 라이베리아인 2명과 함께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K 씨 일당은 호텔방 2개를 빌려 이중 한 곳으로 A 씨를 불러들였고, K 씨를 제외한 일당 2명이 금 샘플을 보여준 뒤 “가나 법무부 장관 딸이 금 사업을 하는데 좋은 물건을 싸게 가져왔다. 물건을 감정해보러 가자”며 A 씨를 방 밖으로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가 밖으로 나간 사이 다른 방에 숨어 있던 K 씨가 방 안으로 들어와 돈이 든 가방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용산경찰서는 부부 사이인 공범 2명이 이미 출국한 것으로 파악했다. 용산서는 한국에 남아 있던 K 씨가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동부서에 체포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K 씨는 난민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했다”며 “체포 당시 K 씨가 소지한 약 1만1000달러와 열차에서 내리기 직전 쓰레기통에 버린 대포폰을 수거해 K 씨를 서울 용산서로 인계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