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해 옆 건물 장례식장에 대피한 환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 시키고 있다. 전민철 기자

37명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벌어진 26일. 희생자의 빈소가 차려진 밀양병원 장례식장은 애통함과 원통함이 뒤섞인 유족들의 흐느낌과 고성으로 흡사 아수라장이었다.

노모의 퇴원을 기다렸던 자식들은 허망하게 영정 사진만을 볼 뿐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국과수 직원과 경찰들도 시신 확인을 하느라 분주했다.

사망자인 A(92·여) 씨는 퇴원 당일 화마에 화를 입어 다섯 딸과 사위들에게 비통함을 안겼다.

가족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 맨 먼저 두 딸이 사고 병원에 도착했지만, 어머니가 어느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몰라 언론에 나온 병원을 모두 찾아 헤매야 했다.

A 씨의 사위는 한동안 흐르는 눈물을 닦기만 하다가 “오늘 퇴원하시는 날이었는데...”라고 간신히 입을 뗐다.

A 씨는 노령으로 폐에 물이 차서 병원 6층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호전돼 병실을 아래층으로 옮기고 퇴원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A 씨의 사위는 ”살아있으라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찾아다녔는데 끝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세종병원 참사 희생자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는 A 씨의 가족처럼 부모가 당한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자식과 친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유족들은 가족의 사망 소식을 수 차례 확인한 뒤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다 울음을 터뜨렸다.

국과수 직원과 경찰들도 시신의 신원 확인에 분주했다. 일부 직원은 “시신이 바뀐 게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으며, 장례식장 복도에는 흰 천이 덮인 시신이 안치실에서 나와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경남도가 가족 동의 없이 시신을 다른 병원에 옮겼다가 격앙된 유족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부겸 안전행정부 장관은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한 뒤 병원 측의 사망자 현황에 대한 간략한 보고를 받고 참사 현장으로 떠났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