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로왕릉·왕비릉·분산성 등
- 지진 등으로 문화재 훼손돼도
- 데이터 축적 원형복원 가능

최근 지진으로 경주의 유적지들이 피해를 입어 비상이 걸린 가운데 경남 김해시가 첨단 3D 기술을 활용해 가야사 유적지의 설계도와 입체영상물 제작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가야권 유적지 중 국내 최초로 제작된 것으로, 훼손 문화재를 원형으로 복원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3D 기법으로 제작된 수로왕릉 내 숭선전 설계도

김해시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한국국토정보공사와 손잡고 가야 시대 유적지를 대상으로 한 3D 정밀 데이터 구축작업을 완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작업은 설계도가 없는 가야시대 이후 유적지 보존을 위한 보완책으로 시행됐다. 학계에선 지금까지 화재 등 재해 발생 때 속수무책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과 같이 최첨단기술로 복원용 데이터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3D 데이터 구축작업은 수로왕릉(사적 73호), 수로왕비릉(〃 74호)과 부속건물인 목조 건물 33점, 가야 시대 성곽으로 알려진 분산성(〃 66호)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시와 국토정보공사는 지상 라이다 측량장비를 활용해 수로왕릉과 왕비릉 유적의 설계도와 입체영상물을 제작했다. 야산에 위치한 분산성은 측량이 어려워 드론을 활용한 입체사진물을 만들었다.

지상 라이다 활용 기술은 목조 형상물에 레이저를 쏴 되돌아오는 신호값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정밀 설계도를 제작한다. 기와의 촘촘한 간격과 유려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가진 목조건물의 높낮이까지 정밀하게 표현된 게 특징이다. 앞으로 이 설계도와 입체사진은 관련 문화재가 훼손되거나 화재, 지진 등으로 뒤틀림 등 손상을 입을 경우 원형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전망이다.

시는 지역 내 가야사 고분군과 유적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국비를 지원받아 3D 정밀 데이터 구축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가야사 아카이브(기록보관소) 사업 공모를 추진할 계획인데, 시는 이 공모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이 데이터는 관광 콘텐츠로도 활용된다. 실측 데이타를 활용한 가야 시대 유적지 가상체험(VR)을 제작해 탐방객을 대상으로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가야사 체험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 장일권 정보통신담당관은 “가야사 유적지 조성이 워낙 고대에 이뤄져 설계도가 전무한 상태지만 이번에 복원용 데이터를 구축함으로써 앞으로 원형 복원에 크게 기여할 것 ”이라고 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