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보다 기계냐” 볼멘소리도

부산 도시철도의 외부 출입구 중 약 70%가 지붕이 없어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부산교통공사는 1일 도시철도 1~4호선 역사 외부 출입구 665곳 중 453곳에 캐노피(지붕)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980년대 범내골역과 노포역을 잇는 1호선 1단계 공사 당시에는 모든 외부출입구에 개방형 캐노피를 설치했다. 반면 1990년대 범일역부터 신평역으로 연결되는 1호선 2단계와 2호선 건설 과정에서는 대부분 역사에 캐노피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후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출입구에는 캐노피를 추가로 설치했다. 3호선과 4호선은 설계부터 에스컬레이터 설치가 계획된 출입구에 캐노피를 포함했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눈비에 그대로 노출되면 침수 또는 결빙으로 기계 고장 우려가 있어 지붕을 덮어 기계장치를 보호해야 한다. 지붕이 마련되지 않은 453곳 중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은 3호선에 단 4곳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계단이다.

지붕이 없는 출입구는 안전사고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대리석 재질로 된 계단의 경우 갑작스러운 비에 미끄럼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좁은 계단을 우산을 쓰고 다니느라 상처를 입는 경우도 일어난다. 도시철도 3호선 배산역에서 만난 김모(60) 씨는 “기계보다 사람이 우선돼야 하는데 교통공사가 이용객 편의를 나몰라라 하고 있다. 비만 오면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불안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통공사는 지붕 없는 출입구에 대한 불만을 알고 있으나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노피를 정식으로 설치할 경우 출입구당 5000만 원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게 되는데 매년 2000억 원의 운영적자를 기록하는 교통공사가 안전시설 보강과 노후객차 교체가 아닌 편의시설에 예산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하철 역사 주변 상인들의 반발도 크다. 이들은 출입구를 지붕으로 덮을 경우 주변 상점을 가려 상권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3호선 건설 당시에도 인근 상가 민원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출입구 4곳에 지붕 설치를 못 했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