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책을 본 연예인이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요즘 온라인에서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페니미즘, 페미니스트라는 용어가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발생한 지 수십 년 된 용어가 이제 와서 맥락 없이 쓰이는 게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뭘 좀 알고 단어를 적절하게 쓰는 게 맞지 않냐는 거다.

20일 언어·여성학계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페미니스트라고 이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말한다”고 설명한다.

여성을 억압하는 객관적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다.

남성 특유의 사회적 경험과 지각 방식을 보편적인 것으로 표준화하려는 태도를 근절시키고, 스스로 억압받는다고 느끼는 여성들의 관심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것, 여성적인 것의 특수성이나 정당한 차이를 정립하고자 하는 것 등이 모두 페미니즘에 해당한다.

페미니즘 속에서도 논란은 존재한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아지기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는 입장과,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들은 다양한 하부 문제들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여성이 남성과 평등하다면 어떤 남성이나 어떤 문제에서 평등한 것인가. 여성은 남성에게 기회의 평등을 요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결과의 평등을 요구해야 하는가 등이 논의가 필요한 주제가 된다.

반면 여성과 남성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그 차이가 자연적·생물학적 차이인지, 사회적·경제적인 차이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세부적인 입장 차이에 따라 페미니즘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보편화시켜 쉽게 말할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대학교수는 “페미니즘은 수십 년간 남성 집단과 싸우고, 여성 집단 내 논쟁을 거쳐 다양하게 분파돼 있다”며 “그런 역사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남성에 대한 반대나 자기 주장이 확실한 여성, 여성 옹호 성향 등을 대변하는 단어로 차용되는 게 아쉽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페미니즘 단어가 일부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에 의해 쓰이는 모양이다”며 “이번 기회에 페미니즘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다른 측에서는 “페미니즘, 페미니스라는 단어가 일상의 언어로 자리잡은 것”이라며 “지나치게 잘난 척 학구적일 필요는 없다”는 반박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 누리꾼은 “대중이 쓰면 그게 정답이다”며 “너무 깊이 들어가서 괜히 논란을 부추길 필요 있냐”고 지적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