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해 온 것이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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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가장 오랜 기간 통장을 하는 김판득 통장이 36년간 받은 위촉장과 표창장을 펼쳐 보이고 있다. 서정빈 기자 |
통장의 임기는 기본 2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하다.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한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다. 부산 영도구 신선동 2통의 김판득 통장(67)은 지역에서 가장 오래인 36년째 통장을 맡고 있다. 그는 과거에 비해 통장 일을 수행하기가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털어놓았다.
김 통장은 “옛날에는 주민끼리 왕래가 잦고 누가 어디에 살고 언제 집에 들어왔는지까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자연히 협조도 쉽고 의견을 모으기도 수월했다. 지금은 서로 거리를 두고 살아 일일이 찾아다니며 업무를 설명해야 한다. 문을 안 열어주는 곳도 많아 피곤하다”고 호소했다. 그가 처음 통장이 된 것은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었다. 당시 주민이 의견을 모아 그를 결정하면서 얼떨결에 통장이 됐다. 당시 회사에 다녔지만 지금처럼 많은 업무를 하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만성적인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영도구에 주차장 신설을 건의할 때 통장으로서 의견을 모아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져 현재 스카이주차장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김 통장은 “영도구에서만 60년 넘게 살아 이곳 공무원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안다. 구청장과 시의원도 조언을 구할 정도다. 통장을 오래 하면서 지역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 뿌듯하다”고 귀띔했다.
내년이면 그도 업무를 관둬야 한다. 영도구는 통장 연령을 68세로 제한한다. 장기간 해오던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쉬울 것 같아 물었더니 의외로 반대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통장 업무가 지금처럼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와 동이 많은 업무를 일방적으로 맡긴다. 잘못됐을 때 책임은 온전히 통장 몫이다. 주인이 머슴 부리듯 해선 안 된다. 동과 통장이 역할을 분담하는 관계로 변하고 처우도 나아진다면 통장을 하려는 이도 많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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