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규명 작업 속도 높일지 관심

인권유린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부산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의 신상기록카드가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부산사회복지연대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사상구 주례동에 있던 형제복지원 수용자 126명의 신상기록카드를 26일 공개했다. 이는 형제복지원 관계자가 최근까지 간직하고 있다가 부산사회복지연대에 제공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공개된 기록에는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126명의 성명과 생년원일, 주소, 학력, 직업, 노동 가능 여부 등이 상세히 기재됐다. 형제복지원은 운영 기간 확인되는 사망자 수만 513명에 달한다. 그간 수용자 명부는 공개된 적이 있지만 신상기록카드 원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상기록카드에는 이들 126명의 신병 처리 결과도 담겼다. 이들 가운데 41명이 사망했고 21명이 전원 조처됐다. 사망한 이들은 평균 10개월 만에 죽음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귀가한 이들은 59명, 도망친 사람은 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술에 취해 노숙하거나 길거리에서 소란을 피웠단 사람들이다. 사회복지연대는 형제복지원 측이 경찰 등 공공기관 직원의 진술만을 바탕으로 이들을 강제 입소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형제복지원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014년 19대 국회 때 국가에 의해 자행된 폭력을 밝히고 사과하도록 하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특별법은 여전히 이렇다 할 논의 없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우선 조사대상’으로 분류했지만 실제적인 작업은 이뤄지지 않아 이번 신상기록카드 공개가 진상 규명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