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초등학교 인질극 용의자. 연합뉴스

‘졸업생’이라는 말 한마디에 초등학교 교문이 뚫렸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방배초등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인 20대 남성 A 씨는 ‘졸업생’으로 가장해 학교에 침입했다. 방배초등학교 측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쯤 정문 옆에 있는 경비실 겸 민원실의 학교 보안관에게 자신이 방배초 졸업생이라고 말한 뒤 “졸업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담당 학교보안관은 A씨가 내놓은 ‘졸업생’이라는 말에 출입하는 외부인이 있을 경우 작성하는 출입기록을 생략하는가 하면 신분증을 받는 과정도 생략했다.

말 한마디로 학교로 들어온 A 씨는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학급물품을 가지러 온 4학년 학생 6명 중 여학생 B 양(10)을 인질로 붙잡고 흉기를 들이대며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인질극을 벌이며 “기자를 불러달라”라고 요구했다.

방배초등학교 설모 교감은 “우선 제가 먼저 A 씨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무조건 ‘기자를 불러달라’는 요구만 했다”라며 “그러다가 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대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질극이 발생하던 때 담당 학교보안관이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특공대와 기동타격대, 형사 등이 현장에 출동했다. A씨는 대화를 시도한 경찰특공대에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해 억울하다”라는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물을 마시던 중 갑자기 간질 증세를 보였고, 이 틈을 타 경찰은 A씨를 덮쳐 검거했다.

방배초등학교 신미애 교장은 A씨를 방배초 졸업생으로 알고 있으며, 학교보안관이 절차상 학교를 드나드는 민원인으로부터 신분증을 받아 출입기록을 작성해야 하나 A씨가 출입할 당시에는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A씨가) 졸업생이라 하고 젊어서 보안관이 그 부분을 놓친 것 같다”며 당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한편 구출된 B 양은 다친 곳 없지만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사를 받았다. 중앙대병원 측은 “(피해 학생이) 다행히 외상이나 호소하는 증상이 없는 상태”라며 “일단은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이 있는지 외래에서 관찰이 필요하다. 저희가 평가했을 때는 지금은 안정적인 상태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