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수업권 침해” 2차피해도

부산대가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외국인 교수에 대한 진상 조사 없이 졸속으로 계약을 해지(국제신문 5일 자 6면 보도)해 앞으로도 유사 사건이 발생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대는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외국인 A 교수가 출국하자 별다른 진상 조사 없이 계약을 해지했다고 5일 밝혔다. 성추행 신고 접수 이후 사흘 만에 졸속 징계로 마무리한 것이다. A 교수는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으며 올해 9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부산대 성평등상담센터에 신고됐다. 피해 학생 3명이 사건에 대해 진술했고 A 씨도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A 씨가 조사를 받기 전 출국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 교수는 공식적인 해명도 하지 않은 채 그만두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학과에 발송했다. 이후 부산대는 진상 조사도 하지 않은 채 A 교수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객원 교수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여명’의 김현미 회장은 “성추행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받은 뒤에 계약 해지를 해야 하는데 학교가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했다”며 “A 교수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인 뒤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 교수는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 학생에게 욕설하며 맥주병을 던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졸속 징계 이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없이 A 교수가 해고되자 ‘A 교수가 진짜 성추행 했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나에게 A 교수는 좋은 교수였다. 왜 피해 학생의 주장 때문에 내가 A 교수의 수업을 듣지 못하느냐. 수업권 침해”라며 오히려 피해 학생을 공격하고 있다. 현재 A 교수의 수업은 다른 교수가 대체하고 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